좋은 인생은 좋은 이야기와 같다

한겨레 입력 2021. 1. 15. 05:06 수정 2021. 1. 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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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한 살 또 나이를 먹었다.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나이 드는 일에 인생의 무게감이 덧대어진다.

왜 이토록 나이듦이 달갑지 않고, 늙어감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나이듦에 관하여> 를 읽다 보면 우리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나이듦에 따라 신체적 변화와 개인이 처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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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의 과학 읽기][책&생각]정인경의 과학 읽기

나이듦에 관하여루이즈 애런슨 지음, 최가영 옮김/비잉(2020)

해가 바뀌어 한 살 또 나이를 먹었다.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나이 드는 일에 인생의 무게감이 덧대어진다. 자신이 늙었다는 실감이 들 때는 암울해지기 마련이다. 젊음은 알록달록 다채로운데 늙음은 무채색으로 보일 뿐이다. 인생에서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왜 이토록 나이듦이 달갑지 않고, 늙어감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나이듦에 관하여>를 읽다 보면 우리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나이듦에서 도망치려고만 했지, 노년의 언어와 문화를 정성껏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 루이즈 애런슨은 노인의학 전문의다. 미국의 의과대학에서 현역 의사와 의대생에게 성찰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이 책은 자신이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첫 번째 이야기는 레지던트 시절 80대 할머니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잘못 처방한 일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지침대로 처방했는데 할머니는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문제의 지침은 80대 노인과 몸무게 70킬로그램의 청년의 치료방법이 똑같았던 것이다. 미국의 의료계는 나이에 따른 신체 기능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애런슨은 현대 서양의학이 성인 백인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 있는 행태를 고발한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은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매번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성인 치료가 늘 우선시되었다. 이런 편파적 의료체계에서 그녀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노화가 고쳐야 할 질병인가? 인간의 노화는 최근 연구가 진척되고 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부분이 많다. 노화가 과학 기술적으로 완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정상적인 노화 반응이 무엇인지, 병적인 노화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노인을 쓸모없는 퇴물로 인식하면서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조차 부정하고 있다. 안티에이징과 노화방지의 열풍에서 나이듦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 나이 든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회적 편견이 노화를 질병과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화의 개념부터 새롭게 정의하자고 제안한다. 노화는 모든 생명체가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인간은 나이듦에 따라 신체적 변화와 개인이 처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유년기나 성년기에 비해 노년기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평행선에서 세 주기를 공평하게 보지 않고, 노년기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왔다. 지금껏 의학은 노년기를 유아기나 성년기만큼 연구한 적이 없었다. 노년기가 무채색이었던 것은 우리가 노년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화와 노년기의 개념이 아직까지 정립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애런슨은 연령차별주의가 사라져야 의료계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본다. 흑인과 여성, 성 소수자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인권도 소중하다. 노년기는 유년기, 성년기와 더불어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인생이 3막짜리 연극이라면 우리에게는 절정의 마지막 무대가 남아 있다. 좋은 인생은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과 같다.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의 순간, 노년기야말로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야 할 때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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