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확정판결 이후 불붙고 있는 '특별사면' 논란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형을 확정 받은 뒤 유승민 전 의원이 먼저 특별사면을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며 “‘당사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여권과 지지자들의 협량에 대통령이 휘둘리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사면에 동의하는 이유는 이제는 국민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이라는 초사법적 권한을 부여한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오신환 전 의원 역시 불교방송 인터뷰를 통해 “탄핵이 민주주의의 문제였던 것처럼 저는 사면도 민주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문 대통령께서 국민적 동의를 구해 사면을 하시겠다고 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촉구한 건 사면법상 특별사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대통령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 동의절차가 있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문제는 정치적 논리만을 앞세운 특별사면이 사법부 결정을 무력화하는 등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특별사면과 관련해서도 “특별사면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청구인들은 “내란죄의 주범이며 천문학적 숫자의 뇌물을 받은 그들이 오직 전직 대통령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사면의 대상이 된다면 그들보다 낮은 신분으로서 가벼운 죄를 저지른 이들은 차별을 받게 된다”며 “두 전직 대통령에 중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헌법정신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아무런 사정변경 없이 대통령이 그들을 특별사면한 것은 삼권분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국정원장 등의 경우에도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단 4일 만에 특별사면이 이뤄져 당시 사법부에서는 “판결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실시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법학계에서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인 만큼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무조건 비판할 순 없다면서도 최소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3년 박영선 당시 의원이 사면법 개정안을 통해 주장한 것처럼 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거나 여론조사 실시 등 국민 여론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덕 계명대 교수는 논문 ‘사면권 행사의 통제와 사면법의 개정방향’을 통해 “예외적으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면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통제방법의 하나로서 국회의원 또는 여론조사 결과 과반수이상의 찬성 등 국민 다수가 사면을 찬성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정 형기 이상의 집행이 안됐거나 특정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예외적으로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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