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까

2021. 1. 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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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국으로 진출하는 중국 문화

[김현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교수 ]
2011년 10월 18일 중국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화체제개혁의 심화, 사회주의문화의 대발전과 대번영에 대한 중공중앙의 결정>이 통과되었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문화강국"의 장기적 플랜이다.

중국의 애니메이션강국 선언

문화강국전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크게는 중국의 문화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중화문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작게는 반향을 불러일으킬만한 문화작품을 발굴하고, 창의적 산업이 세계적 우위를 점하도록 하고, 문화적 이념과 가치관을 해외에 홍보하는 것이다.

문화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에 대해 재정 및 법률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2008년 11월 17일, 중국의 애니메이션 기업들도 <애니메이션강국선언>을 발표했다.

"애니메이션강국은 문화구국일 뿐만 아니라 경제강국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치는 중국의 내수를 확대하고, 중국 중소기업을 중국제조(made in China)로부터 중국창조(made by China)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애니메이션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애니메이션 기업에 대해 세금혜택 심사 비준 절차를 없애고, 절차도 간편화하였다. 그 결과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가 2013년 876억 위안, 2018년 1650억 위안으로 크게 늘었다.

또 코로나 악재에도 불구하고, 2020년 6월 웨이보(微博) 애니메이션이 발표한 <2020 웨이보 애니메이션 백서>에 의하면 웨이보에서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2.92억 명에 달하고, 그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그 미래 전망이 상당히 밝다.

2019년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 <악동 너자의 탄생(哪吒之魔童降世)>은 상영 4일 만에 8억 개의 표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질적으로 월트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픽처스 등에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큰 차이가 났던 과거에는 철저하게 중국인들에게도 외면 받았던 중국의 국산 애니메이션이 크게 인기를 얻은 것은 중국 애니메이션을 성장을 반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악동 너자의 탄생>은 중국 국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면서 "문화적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회자되었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아직 중국 애니메이션의 갈 길이 먼 것이다.

▲ 애니메이션 <악동 너자의 탄생> 중 한 장면 ⓒBeijing Enlight Media

게임과 문화강국전략

애니메이션 외에 중국 게임도 문화강국전략 실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공 18대에서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을 재차 강조한 이후, 신형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왔는데, 그 신형 문화산업에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게임 산업의 시장규모는 400억 위안을 넘어선다. 그런 큰 시장을 이용해 중국 정부는 게임 콘텐츠에 중국의 전통적 문화와 철학을 반영하여 대내적으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드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이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액이 2017년 이후 크게 감소했지만, 역으로 중국 게임은 2019년 한국에서 1조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모바일게임 종합순위 톱5에서 중국게임이 3개(라이즈 오브 킹덤즈, 기적의 검, 오늘도 우라라 원시헌팅 라이프: 2019년 게볼루션 자료)나 차지했다. 물론 pc 게임에서는 한국 게임이 강세이지만, 중국 게임은 막강한 자본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한국 게임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그나마 한국 게임이 인기를 끌었던 해외자본의 투자유치정책, "인진래(引進來)"정책의 일환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은 중국자본의 해외투자정책, "주출거(走出去)"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게임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텐센트(騰訊)이나 넷이즈(網易)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너도나도 "해외진출(出海)"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산업은 모두 중국 정부의 전략적 구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도 전통문화와의 결합이라는 정부의 요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선은 게임을 통해 주류문화, 즉 중국특색사회주의 문화를 선전해야 하고, 그와 더불어 게임을 통해 전통문화의 시대적 특색을 발현하고, 게임에 그러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중국 게임회사 넷이즈가 베이징 고궁박물관과 협찬으로 송나라 시대 화가인 왕희맹(王希孟)의 천리강산도(千裏江山圖)를 배경으로 한 게임, 회진·묘필천산(繪真·妙筆千山)을 만든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웹 소설, 세계로 가다

얼마 전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철인왕후>의 원작은 중국의 웹 소설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職記)’이다. 이렇듯 중국 웹 소설도 '주출거' 대열에 들어섰다. 2009년 미국에서 출판한 중국소설은 단 8개였다. 그런데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래, 중국 소설의 세계적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고전은 물론이고 현대의 웹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판되고 있다. 물론 그 선두에 중국의 웹 소설이 있다.

중국 웹 소설의 급속한 성장은 독자층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2018년 중국 웹 소설 이용자 수가 4.06억 명에 이르렀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 이상인 50.6%가 웹 소설을 이용한다고 한다. 웹 소설이 돈이 됨에 따라 작가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아이루이(艾瑞)가 발표한 '2020년 중국 웹 소설 문학 해외진출 연구보고'에 의하면, 중국의 웹 소설을 읽는 해외 이용자가 3193.5만 명에 이르고, 해외 시장 규모만 해도 4.6억 위안이나 된다.

중국 웹 소설의 내용이 다양하고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성, 창의성, 비판성 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중국의 글쓰기 플랫폼인 바이쟈하오(百家號)에 의하면, 2020년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웹 소설의 순위를 1위부터 살펴보면, 원존(元尊), 성허(聖墟), 역천사신(逆天邪神), 복천씨(伏天氏), 무련전봉(武煉巔峰), 검래(劍來), 만고신제(萬古神帝), 창원도(滄元圖), 삼촌인간(三寸人間), 만족지겁(萬族之劫)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판ㄴ타지, 무협 등 현실과 거리가 먼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 밖의 웹 소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홍콩 무협 소설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듯이, 중국의 웹 소설도 하나의 조류를 형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4억이 넘는 사람들이 중국의 게임이나 웹 소설을 이용하는 것이 중국의 문화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것들이 다루는 내용이 모두 현실의 중국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얻어 효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작가와 웹 소설 시장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웹 소설의 내용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그 원인이기도 하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웹 소설의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을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웹 소설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어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가 곧 사라질 수도 있다. 문화강국으로의 길은 애니메이션이나 웹 소설 플랫폼과 하드웨어 등의 확산과 발전 등 기술적 진보뿐만이 아니라 그 콘텐츠의 질적이며 자유로운 진보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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