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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38년의 카운트다운.. 차별을 박차고 날아오른 여성 우주인

나윤석 기자 입력 2021. 01. 15. 10:50 수정 2021. 01. 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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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38년 전부터 '카운트다운'하라고."

1999년 7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사령관 아일린 콜린스가 탄 'STS-93'이 발사 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여성이 말했다.

미국 논픽션 작가가 쓴 이 책은 시계를 돌려 당대엔 성공하지 못한, 그러나 훗날 여성들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길을 개척한 '머큐리 서틴'의 분투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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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꿈꾼 여성│타냐 리 스톤 지음│김충선 옮김│돌베개

“발사 38년 전부터 ‘카운트다운’하라고….”

1999년 7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사령관 아일린 콜린스가 탄 ‘STS-93’이 발사 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여성이 말했다. 이 여성은 1960년대 출중한 자질을 보유하고도 성차별 때문에 우주 비행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머큐리 서틴(13)’의 일원. 38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논픽션 작가가 쓴 이 책은 시계를 돌려 당대엔 성공하지 못한, 그러나 훗날 여성들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길을 개척한 ‘머큐리 서틴’의 분투기를 그린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 속에 나사(미 항공우주국)를 설립하고 유인 우주 비행을 목표로 한 ‘머큐리 계획’을 수립했다. 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뽑힌 일곱 남성이 ‘머큐리 세븐’이라 불리는 미국 1세대 우주 비행사다.

이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훈련하고 비행하는 동안 ‘머큐리 서틴’은 “광활한 우주 전체가 남성에게만 속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외치며 ‘비행사 테스트’에 자원했다. 여성은 남성의 서명 없이는 차를 빌릴 수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경비행기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 제리 코브를 비롯한 13인은 테스트에서 ‘머큐리 세븐’보다 뛰어난 성적을 얻었음에도 우주선 탑승권을 얻지 못했다. 이후 의회 탄원, 청문회를 통한 문제 제기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펼쳤으나 나사와 린든 존슨 당시 부통령은 남성 군인만 될 수 있었던 ‘제트기 시험비행 조종사’라는 자격 조건을 내세워 “‘머큐리 서틴’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당국이 법적 규정을 거론했으나 저자는 ‘무조건 백인 남성이어야 한다’는 나사의 우주 비행사 선발과 관련한 불문율에 가로막힌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은 이들의 도전을 ‘불운한 실패담’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비록 ‘머큐리 서틴’은 우주는커녕 성층권도 벗어나지 못했으나 13인은 ‘미국 연방항공청 검사관’ ‘교통안전위원회 항공 조사관’ 등 이전까지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자리를 하나씩 뚫으며 낡은 사회질서에 균열을 냈다. 1999년 마침내 우주선 사령관 자리에 앉은 콜린스는 자신의 롤모델이던 코브의 금색 머리핀을 손에 쥐고 우주로 비상했다. “‘적합한 자질’을 갖춘 여성이 ‘잘못된 시대’를 만나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는 여성과의 공존이 ‘의자 뺏기’가 아니라 인류의 지평을 두 배로 넓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16쪽, 1만3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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