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써 키웠는데, 가슴이 문드러집니다" 무너진 화훼농가

박성제 2021. 1.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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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키운 꽃을 폐기하기 위해 트럭에 실을 때면 가슴이 문드러집니다."

농가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일반인들은 꽃향기를 맡으며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폐기 처분해야 하는 꽃향기를 맡을 때마다 가슴이 문드러진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한적한 공터에 가 남은 꽃들을 폐기 처분하거나 밭 자체를 갈아엎기도 한다.

B씨는 "꽃 수명이 3∼4일에 불과해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 처분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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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졸업식 시즌만 바라봤는데..수요 부진에 가격 폭락
난방비·인건비도 못 건져..북적거려야 할 원예 경매장 썰렁
수확 포기 사례도 속출..남은 꽃 폐기하거나 밭 갈아엎어
지원 사각지대..화훼농가는 정부·지자체 지원금도 못 받아
15일 부산 강서구 부경원예농협 경제사업장.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애써 키운 꽃을 폐기하기 위해 트럭에 실을 때면 가슴이 문드러집니다."

15일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경원예농협 경제사업장.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곳은 재배한 꽃이 모였다가 경매를 통해 소매 등으로 넘어가는 주요 통로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이뤄진 경매에는 도소매상인 30여명만 보일 뿐 매우 한적한 모습이었다.

대목인 졸업 시즌으로 예년대로라면 경매장이 가득 차고 활발히 경매가 이뤄질 시간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졸업식 대부분이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화훼 수요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화훼 농민, 상인들은 최근 화훼 거래량과 매출은 절반도 안 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1년 내내 졸업식 시즌만을 바라보던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매장을 맴돌던 60대 도소매 상인 A씨는 "평소 수익이 안 나더라도 2월 졸업식 때 만회를 하면서 가게를 운영해왔다"며 "겨울철에는 실온에서 꽃을 경작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수확할 때는 인건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농가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일반인들은 꽃향기를 맡으며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폐기 처분해야 하는 꽃향기를 맡을 때마다 가슴이 문드러진다"이라고 말했다.

15일 부산 강서구 부경원예농협 경제사업장. [촬영 박성제]

본격적인 출하 시기를 맞이한 데 비해 수요가 줄자 화훼 값도 뚝 내려갔다.

농민 B씨는 "7천∼8천원에 팔던 꽃 10송이도 이제는 2천원대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자 화훼농가 중에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최근 수확을 포기한 사례도 잇따른다.

일부 농민들은 한적한 공터에 가 남은 꽃들을 폐기 처분하거나 밭 자체를 갈아엎기도 한다.

B씨는 "꽃 수명이 3∼4일에 불과해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 처분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가오는 봄철에는 결혼식과 지역 축제, 5월에는 스승의날, 어버이날 등 각종 기념일이 예정돼 있지만, 상인들은 이에 대한 기대감도 꺾인 지 오래다.

더구나 부산지역 농민들은 정부나 지자체부터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 형편이 어렵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소규모 지역 행사라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성환 부경원예협동조합장은 "작은 행사라도 안전하게 열린다면 화훼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가가 무너지면 재기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에서도 화훼 관련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15일 부산 강서구 부경원예농협 경제사업장. [촬영 박성제]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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