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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이 마을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시설이 되려면

임성희 입력 2021. 01. 15. 14:36 수정 2021. 01. 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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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현장을 찾아서 ②] 바다가 바람을 만날 때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핵발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나 에너지전환과정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생태 보전과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간과하지 않을 때, 확산의 길을 가능한 빠르게 걸을 것이다. <기자말>

[임성희]

[이전 기사] 면봉산풍력발전, 생태축 파괴하다 http://omn.kr/1rpff

해상풍력발전기를 처음으로 본 것은 2009년 제15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5)가 끝나고 코펜하겐에서 스웨덴 말뫼로 가는 기차 안에서였다. 외레순 다리를 건너며 본 바다 위 풍력발전기들의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에도 설렌 바람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미래가 아닌 빠른 현실이 되길 소망했던 기억이다.

우리나라 바다에 꽂혀있는 풍력발전기를 본 것은 서남해해상풍력에서였다. 해안선에서 10km 이상 떨어져 있고 시야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개수를 세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다음으로 만난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제주탐라해상풍력은 해안선에서 50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날개의 회전 소리는 파도소리에 묻혀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감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바닷물 속에 박혀 눈앞에 정면으로 버티고 있는 발전기는 위압적인 형상물로 다가왔다. 농지나 산지에 꽂혀있을 때와는 또 다른 이물감을 느끼게 했다. 다만 경관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일 수 있다고도 생각해본다.

한국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제주탐라해상풍력. 해안에서 매우 가깝게 위치해있다.
ⓒ 녹색연합
 
 하늘에서 본 제주 탐라해상풍력
ⓒ 녹색연합
우리나라 해상풍력 사업은 진척이 상당히 늦다. 2010년 정부가 처음으로 서남해해상풍력발전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전체 2.46GW 중 2.4%에 불과한 60MW 실증단지만 운전을 시작했다. 앞으로 2.4GW 대규모 해상풍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계획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로 온전히 전력을 충당해야 하는 에너지전환 과제에 비추어 볼 때 목표년도와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해야 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만 보더라도 해상풍력 비중은 2030년까지 12GW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60MW와 제주 탐라해상풍력 30MW를 더해 총 90MW, 0.75%에 불과하다. 2020년 초 발전사업허가를 얻은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총 21개 사업, 약 3GW에 그친다.

물론 발전사업허가를 얻었다고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업이 착수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환경영향에 대한 고려, 주민 동의 여부는 현재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주요 쟁점이다. 육상태양광과 육상풍력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영향평가는 발전사업의 경우 100MW 이상 사업에 적용된다. 육상태양광이나 수상태양광, 육상풍력사업의 경우는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환경성을 평가하는 지침이 마련되어 있으나,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아직 지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해상풍력발전사업 역시 환경영향이 적지 않은 개발사업이므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진행돼야 하므로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 관련 주요 쟁점은 구조물 설치나 송전케이블 매설 과정에서의 소음과 해저 지형변화, 부유사 확산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조류충돌 문제 등이 있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항타 중 소음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 및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독일은 북해의 경우 보호구역에서의 소음 수치가 건설현장으로부터 750미터 이격했을 때 160dB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쇠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우리나라 역시 조류보호구역으로부터의 일정한 이격이나 해양보호생물 서식지에 미치는 피해를 예방, 완충할 수 있도록 발전단지와의 이격거리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제주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은 해당 지역이 연안 정착성 해양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와 일치하기 때문에 연안으로부터 멀리 이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수심이 깊다는 이유로 해안선으로부터 1.2km를 발전기 시작점으로 계획되고 있어 갈등이 심각하다. 해상풍력을 선행하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이 해안선으로부터의 이격거리를 규정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해안선에서 멀리 이격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풍력발전이 환영받으려면
 
 독일 연평균 해상풍력발전단지 해안선 이격거리 및 수심
ⓒ 녹색연합
바다는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산란장이며 양식업을 비롯한 수산업, 선박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유수면이다. 따라서 해상풍력단지가 바다를 배타적으로 점유하지 않고 이미 바다와 깃들어 있는 많은 이해관계와 상생하려면 주요 어장, 항로, 보호구역, 경관 등에 대해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추진 중인 태안해상풍력의 경우 사업의 양해각서 체결 과정에서 소원리 주민들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어, 서부선주협회를 찾아갔다. 양해각서(MOU) 체결한 2018년 당시 주민들을 배제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이해당사자인 어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단지 절차적 형식을 갖추기 위한 행위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당연히 이해당사자인 어민들과 함께 의논하고 MOU 과정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2019년 사업자는 주민, 기관단체장들과 함께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사업자는 피해 영향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위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정지 주민들은 해상풍력사업이 수산업과의 공존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위한 더 많은 정보를 원했다.

제주도의 경우 재생에너지 지구 지정이 되면 마을 발전기를 운영할 수 있고, 발전수익을 마을로 귀속시킬 수 있다. 주민참여를 권하고 있지만, 수천억 원이 투여되고 마을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예정지 마을 주민들은 선례를 답사하며 풍력발전이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공사로 인한 어업피해와 운영 과정에서 공존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가 원활하면 풍력발전은 환영받는 시설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 협의의 모든 과정이 사업을 구상하는 초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 공개와 협의가 늦어질수록 사업은 지연되게 마련이다. 바다에서 바람을 가르며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이 주민들을 가르고 분열시키는 시설이 아닌 주민들과 함께 상생하면서 주민들에게 이로운 또 하나의 바람 자원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지전환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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