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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격화한 '김학의 출금' 수사, 검찰이 똑똑히 알아야 할 것

입력 2021. 01.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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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피의자의 도피성 출국을 막는 것은 수사의 시작이다. 그러나 피의자가 아무리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아도 출국금지는 합법적인 절차대로 이뤄져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궁극적으로 일반 시민의 인권도 보장되고 공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재수사 때 위법한 출금 조치가 내려졌다는 의혹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0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가려다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그의 출국정보를 무단 조회하고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에 파견됐던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를 사용해 출금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경향신문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 전 차관 출금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조사단이 김 전 차관을 처벌하겠다는 목적을 무리하게 달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출금 신청은 본래 수사기관만 할 수 있다. 조사단 파견 검사가 대검에 출금을 요청했지만 대검이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출금의 절차적 하자는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수사 전문가인 김 전 차관이 현장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야반도주 시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일고, 김 전 차관이 이후 구속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렇다고 허물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잘못이 있으면 공개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김 전 차관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당시 조사단과 법무부 인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안의 본류를 따진다면 검찰은 김 전 차관과 공범관계이다. 2013년 경찰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해 그의 혐의를 확인하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 동영상 속 피해 여성이 김 전 차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지만 역시 무혐의 처리했다. 결국 그는 사건 발생 6년 만에 조사단의 재조사 과정을 거쳐 구속됐지만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실체 규명과 단죄의 기회가 박탈된 셈이다. 김 전 차관을 봐준 사람은 놔두고 출금 조치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만 조사한다면 시민은 그 수사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검찰은 지난 수사에 문제는 없었는지 다시 짚고 과실이나 봐주기가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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