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삶 억척스럽게 살아낸 그녀들 [책과 삶]
[경향신문]
억척의 기원
최현숙 지음
글항아리|352쪽|1만8000원
10여년간 ‘나이 든 여성’의 이야기에 천착해 온 ‘구술 생애사 작가’ 최현숙의 신작이다. 세상과 싸우느라 ‘억척스러워진’ 나주의 두 여성 농민이 주인공이다. <할매의 탄생> 속 우록리 할머니들보다 한 세대 어리고, 더 주체적이다.
김순애(62)는 어린 시절엔 아버지, 결혼 후엔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렸다. “이혼해줄래, 장사를 하게 해줄래.”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장사를 시작했고 경제적 자립에 성공한다. 정금순(61)은 전남편과의 첫 외출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떠밀리듯 결혼한다. 16년 만에 이혼한 후엔 세신사로 일하며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자식들이 다 자라고 몸이 완전히 망가진 후 재혼을 했다. 나주의 농촌으로 돌아간 그는 지금 ‘5만평’을 소유한 대농이 됐다.
몇 줄로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굴곡진 삶. 사람들은 이들에게 “독하다”고 말했지만, 최현숙은 “독한 것과 여린 것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시대의 한계를 이겨내고 때로 이용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이자 농민 활동가로 거듭난다. “주인공의 힘과 열정, 상처와 분노가 나를 붙들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했다.” 운동가이자 돌봄노동자이기도 한 ‘중년 여성’ 최현숙은 이들에게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면서 그 삶과 의미를 섬세하게 기록해낸다.
전라도 사투리의 말맛을 살린 구술은 읽기에 다소 어렵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의 백미는 동년배인 화자와 청자가 친구처럼 주고받는 대화에 있다. 인터뷰의 흐름을 최대한 살리려다보니, 구술은 주제와 시간을 자주 넘나든다. 하지만 우리 인생도 “좌충우돌과 진퇴양난을 거듭하며 시간을 타고 엉키며” 나아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삶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라 할 만하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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