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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싱어게인'과 패자부활의 사회

정진수 입력 2021. 01. 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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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에 묘한 매력의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수많은 한류스타가 쏟아지고 한국 대중가요의 저변의 넓어지면서, 그나마 가수들은 이런 패자부활의 기회라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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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에 묘한 매력의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했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 그것이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나, 앨범은 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실력자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이미 데뷔했던 가수가 나오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모은 경우는 없었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기자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삽입곡 ‘위 올 라이(We All Lie)’를 불렀던 가수, TV 광고에 삽입돼 전 국민의 귀에 익은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를 부른 가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가수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나왔다. 

방송 초반에 “저 노래를 부른 가수가 저 사람이구나”로 시작됐던 호기심은 점차 실력자임에도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그런데도 열정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가수에 대한 응원으로 연결됐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대형 스타 없이도 시청률 6%가 넘는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연자들이 ‘패자부활전’에 오른 이유는 다양했다. 자신의 재능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마케팅 부재로 알려지지 못했거나, 너무 유명한 노래에 가수가 묻혔거나. 잘 살펴보면 이 ‘실패의 룰’은 가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이유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수많은 한류스타가 쏟아지고 한국 대중가요의 저변의 넓어지면서, 그나마 가수들은 이런 패자부활의 기회라도 생겼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많은 경우는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나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본지의 ‘사람이 국부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 핀란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젊은 창업자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들려왔다.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 홍보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얘기가 나오자 그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그 사람은 아마도 인생을 걸고 창업을 했을 것이다. 창업이든, 취업이든, 모든 진로 선택에서 한 사람이 인생을 걸게 하면 안 된다. 도전이 당연하듯 재기도 당연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가 예시로 든 사람이 당시 한장 주가를 올리던 게임 ‘앵그리버드’의 창업자였다. 51번의 게임을 실패 한 후 탄생한 게임이 앵그리버드라는 것이다. 성공스토리를 바꿔말하면, 51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계속 기회의 토양이 제공된 셈이다.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이 ‘어게인’의 발판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일시적인 실패가 한 사람의 패자(敗者)를 남기는 데 끝나지 않고, 새로운 패자(覇者)로 성장시키는 토양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곧 우리 사회의 역량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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