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 Not All the Time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 01. 16. 03:04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리엄 니슨 주연의 영화 '콜드 체이싱(Cold Pursuit)'.

“어떤 이들은 가는 곳마다 행복이 되고, 어떤 이들은 떠날 때마다 행복이 된다(Some cause happiness wherever they go. Others whenever they go).” - 오스카 와일드

영화 ‘콜드 체이싱’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파두아의 공작부인’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의미심장하게 첫 화면에 띄우며 시작한다.

콜로라도주 키호에서 제설차를 몰며 소박한 삶을 사는 주인공 ‘넬스 콕스맨'(리엄 니슨). 넬스는 모범시민상을 받을 정도로 선하고 다정한 인물이지만 마약 조직에 아들을 잃은 후로는 마약 조직원들을 하나하나 추적해 살해하는 집요한 복수의 화신이 된다.

이 영화의 원제는 ‘차가운 추격(Cold Pursuit)’. 말 그대로 설원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을 뜻하기도 하고, 오직 자식의 복수만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가 된 아버지의 냉혈한 추격을 뜻하기도 한다.

넬스는 마약 조직 보스의 아들 라이언을 납치하지만 사람 좋은 넬스는 라이언을 따듯하게 대하고 심지어 둘은 의외의 우정을 쌓기까지 한다. “아저씨는 납치범인 줄 알았는데요(I thought you were a kidnapper).” “맨날 그렇진 않아(Not all the time).” 냉혈한이 된 넬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니까. 이 세상에 날 때부터 냉혈한이었던 사람은 없다.

어떤 이들은(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행복이 된다. 길거리에서 스쳐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도, 카페에서 눈이 마주쳐도 처음 보는 이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게 한다. 심지어 복수에 눈이 먼 냉혈한의 얼굴에도.

반면에 어떤 이들은(악당들은) 떠날 때마다 행복이 된다. 자식의 원수를 하나하나 하늘로 보내며 마음을 달래는 넬스 콕스맨이 그런 마음일까. 원수들을 모두 처치한 후에 정말 넬스가 행복을 찾을 수는 있는 걸까. 원작은 한스 페터 몰란트 감독의 노르웨이 영화 ‘사라짐의 순서: 지옥행 제설차’.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또한 본인이 연출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