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체육회 선거도 포퓰리즘인가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임기 4년의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18일에 치러진다. 62개 종목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를 산하에 두는 대한체육회는 체육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체육계의 미래를 논해야 하는 이 선거가 건설적 토론 대신 상호 비방과 고발이 오고 가는 진흙탕이 됐다. 이 싸움 중심엔 5선 경력의 중견 여당 정치인이 있다.
지난 16대 때부터 내리 5선을 하며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다. 그는 후보 등록 때부터 출마 선언과 자진 사퇴, 번복으로 ‘갈지자’ 행보를 벌이더니 끝내 ‘포퓰리즘’을 체육회장 선거에 끌어들였다. 그는 지난 14일 시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로 생존 위기에 몰린 체육인 10만명에게 각 1000만원씩 현금 1조원을 나눠 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각종 시설 건립 사업비와 쿠폰·상품권 사업에 책정된 4000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으로 배정된 5200억원을 자금으로 조달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생계 유지에 힘들어하는 체육인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만하다. 하지만 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미 예산에 정해진 용도를 바꾸기 어렵고, 체육인에게만 특별 지원을 해주면 다른 업계 종사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를 아는 정부가 무조건 받아줄 리도 만무하다. 백번 양보해 정부와 국회 심사를 통과해도 이 후보가 약속한 1조원을 끌어모으기는 어렵다. 이 후보가 언급한 방법으로 ‘영끌’을 해도 900억원 가까이 모자란다.
올해 건립 예정인 20개가량의 시설을 전부 짓지 않겠다는 말도 납득하기 어렵다. 체육인들 일자리는 새로 지어지는 시설에서 나온다. 일자리를 안 만드는 대신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다. 올해 예탁할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전부 사용하겠다는 발언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흔들 수 있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마치 정치 선거운동 하듯 “스포츠 민주주의를 통해 적폐들과 싸워 체육계를 확실히 개혁하겠다”고 외쳤다. 거기에 본인의 정치 경력도 충분히 활용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 출신으로서 국회, 정부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유세에서는 ‘체육인 경력’을 자랑스럽게 꺼내 들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농구협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체육인들은 그가 의정 활동에 치우쳐 협회 일은 뒷전에 뒀다고 비판한다. 농구계 원로들은 당시 “약속은 지키지 않고, 비리와 경쟁력 약화로 얼룩진 9년”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종걸 후보의 ‘1조원 조달 공약’은 마치 지난해 4·15 총선 때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사람들에게 포퓰리즘의 달콤함을 맛보게 한 정치판 모습을 되풀이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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