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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백신 선택권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1. 01. 1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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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그리고 중국 백신인 시노백이다. 홍콩 정부는 처음엔 중국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며 “개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뭘 믿고 중국 백신을 맞느냐”고 반발하며 접종 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말 백신 종류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독감 백신은 무료로 맞을 경우 선택권이 없지만 유료로 맞으면 본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 백신을 맞을지, 사노피·GSK 등 외국 백신을 맞을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백신의 경우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접종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선택권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개인은 맞을지 안 맞을지만 결정할 수 있다. 방역 전문가들도 대체로 정부와 같은 의견이다. 선택을 허용하면 특정 백신에 몰려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 국민이 처음 맞을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기 때문이다. 이 백신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지 못했다. 효능도 70%여서 95% 수준인 화이자·모더나보다 낮다. 임상 시험 도중 중증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65세 이상에 대한 임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 백신을 처음 맞아야 하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우리가 실험 쥐냐”며 반발하는 기류가 없지 않다는 것이 의사들 전언이다. 그나마 우리는 다행이다. 홍콩은 물론 필리핀·터키·브라질·인도네시아 등은 서방 백신 외에 중국 백신까지 구매했다. 중국 백신은 임상 시험마다 예방 효과가 50∼90%로 들쑥날쑥한 데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도 크다. 필리핀 일부 의원들은 백신 선택권을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은 상파울루 주지사가 선택한 중국 백신에 대해 연일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건 미국이나 영국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화이자·모더나로 접종을 시작해 백신 선택권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다. 식약처는 지난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개인 선택권을 줄 수 없다면 정부가 철저하게 심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야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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