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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쓴 中 소설가 "코로나에 이어 좌파와 싸웠다"

양지호 기자 입력 2021. 01. 16. 06:00 수정 2021. 01. 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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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 "언젠가 중국에서도 '우한일기' 출판할 기회 올 것"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人不傳人).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可控可防). 이 여덟 글자가 도시를 피와 눈물로 적셨다. 전염병은 여기에 있다. 발생 초기부터 점차 확산되고 미친듯이 번지기까지 우리 대응 방식은 착오와 지연을 거쳐 실수로 이어졌다. 지금까지도 뒤꽁무니만 쫓고 있다.”

'우한일기'를 쓴 중국 소설가 팡팡/문학동네

중국 소설가 팡팡(方方·66)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 처음으로 응했다. 그는 ‘우한일기’(문학동네)를 통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일어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과 확산, 은폐와 침묵, 중국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의 절규를 목격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76일의 우한 봉쇄 기간 동안 그는 봉쇄 3일 차인 1월 25일부터 3월 24일까지 60일 동안 하루하루 일기를 썼다. 중국 당국이 “우한 봉쇄를 4월 8일 풀겠다”고 선언한 3월 24일에 그의 일기는 끝난다.

이 기간 그는 은폐하려는 중국 정부를 고발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일기' 출간을 막고 그의 작가 활동을 막는 것으로 응징했다. 다른 전선은 중국 ‘극좌파’. 이들은 중국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며 그를 공격했다. 팡팡은 본지에 “봉쇄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그토록 많은 사람의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두 개의 전선에서 그녀는 적과 맞섰다. 처음에는 실체적 감염병이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봉쇄 후반부에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그녀에게 재갈을 물리려 한 중국 ‘극좌파 바이러스'. ‘우한일기’는 작가가 응당 해야 했던 일을 막으려 한 두 집단을 상대로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영혼의 증언이다.

그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적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우리들 역시 스스로의 적 혹은 공범자이다. 사람들은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매일 말로만 ‘대단하다, 우리나라(중국)’라고 떠들어대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정치 공론만 일삼고 실질적인 업무는 하지 않는 간부들은 조금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다음은 팡팡과의 일문일답.

우한 봉쇄로부터 1년이다. 지난 1년의 경험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우한에서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지금은 은퇴해서 일하러 나갈 필요가 없어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지난 1년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모든 문학 관련 행사에서 더 이상 나를 초청하지 않고, 나의 모든 작품을 중국에서 출판 혹은 발표할 권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당국이 내게 내린 징벌인가보다. 직업 작가에게는 무척 잔혹한 일이다. 다른 변화는 없다.

‘우한일기'를 쓰면서 당국의 탄압이 두렵지 않았나. 어떻게 용기를 냈나.

봉쇄된 도시에 갇혀 전염병에 관한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 기록이 탄압의 대상이 될 줄 몰랐다. 도시에 갇힌 작가가 봉쇄된 도시의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 혼자만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작가가 그때의 상황을 글로 남겼다. 그러니 일기를 쓰는 데 특별한 원동력은 필요하지 않았고, 이 기록이 공격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특별히 용감한 사람이어서 이 책을 쓴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하는 행위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응당 해야 하는 본분이자 책임이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봉쇄 기간 정부와 관료들에게 실망했던 점, 칭찬해주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

실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관료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형식주의에 실망했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라는 전문가들의 경솔한 발표에도 실망했다. 초기에는 수많은 실책으로 사망하는 시민이 너무 많이 늘어나 무척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우한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의료진들이 몰려들었고, 후기에는 엄격한 방역 조치가 뒤따랐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예를 들면 중증 환자, 경증 환자, 감염 의심환자, 밀접 접촉자 등 네 부류로 분류해 전문병원, 팡창병원(方舱,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병원), 호텔 등에 유형별로 격리했다. 이런 조치를 한 번 엄격하게 집행하고 나니 전염병은 빠르게 통제되었다. 일기에도 이 과정들을 상세히 기록했다. 이런 조치는 모두 칭찬할 만하다.

봉쇄와 재난 속에서 ‘인간에게 희망은 있다’고 느꼈던 대목은.

인간성에는 선악이 공존한다. 늘 그래왔다. 전염병 시국에 정부가 많은 일을 미처 신경 쓰지 못하자 사람들은 스스로 구제하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그 작업에 참여했다. 그들은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단지 이웃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척 감동적이었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중국에서도 그랬나.

그렇다. 우한을 예로 들면 초기의 자가격리 방식은 취약 계층에게 부적절했다.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아 매우 좁은 거처에 3대가 함께 사는 사람도 아주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명이 감염되면 온 가족이 재앙을 입는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의 우한에서는 한 집에서 여러 사망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비극이 잦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약자는 자기 보호 능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중교통이 멈춰버렸던 봉쇄 기간에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기는 극도로 어려웠다. 아픈 사람들이 매서운 추위를 뚫고 밤새워 병원을 찾아 뛰어다니는 모습을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나 규칙을 제정할 때 그 마지노선을 취약 계층에게 맞춰야 하고, 취약 계층의 수용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 중국 민족주의자들에게 공격당했다. 책에서는 이들을 ‘극좌파 바이러스'라고 했다.

나는 도시에 갇혀 우한 시민과 함께 전염병에 맞서 싸웠다. 단지 봉쇄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우리들의 생활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그토록 많은 사람의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조치를 비판하면 내가 애국하지 않으며, 서구의 반중 세력에 ‘칼자루를 쥐여준다’고 질책한다.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관점과 논조인가?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얼마나 어리석고 냉혈한이길래 이런 배경으로 나에게 각종 공격을 가한단 말인가.

중국의 극좌파는 원한을 가득 품고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보면 악의적으로 신고하며 공개적으로 욕설과 모욕을 퍼붓는다. 그들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명분으로 당국을 빌미로 개인을 공격한다. 그런 행동이 초래한 결과는 대중의 극단적인 분열이다. 사실 이런 ‘바이러스’는 당국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기 때문에 코로나보다 치료하기 쉽다.

당국은 지금 나의 기록에 대해, 특히 내가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 대해 무척 분노하고 있다. 만약 당국이 나의 기록을 인정한다면 이 바이러스들은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또한 그들은 다샹(打償, 이용자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팁)을 타려고 자극적인 언사로 인터넷에서 방문자 수를 늘리려 애쓰는 자들이다. 결국 그들에게는 자기 관점이 없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거나, 다샹을 벌고 싶어할 뿐이다.

※팡팡은 중국 극좌파를 개혁 개방을 거부하고 문화대혁명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민족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책에 “2020년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전염병이 우한에 퍼지고, 또 다른 전염병은 언어를 통해 내 웨이보 댓글에 퍼졌다”며 “우한에 퍼진 전염병은 도시를 전례 없는 봉쇄 상태로 만들었고, 내 웨이보 댓글에 퍼진 전염병은 이 시대의 치욕을 이렇게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했다. (기자 주)

당신의 책은 중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찌할 방법도 없다. 다행인 건 이 기록들을 모두 인터넷 공간에 남겼기 때문에 보고 싶은 사람은 이미 다 봤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출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 기록은 사료로서 언젠가 중국에서도 출판할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봉쇄 중 힘이 됐던 책이 있었나.

전염병이 확산하던 기간 동안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았을 뿐 책을 읽지 않았고, 주로 취재와 기록에 매달렸다. 전염병 시국에 나에게 힘을 준 것은 내가 마주한 현실과 생활이었다.

코로나로 신음하는 세계에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준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또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십시오. 인류는 반드시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고, 전염병은 결국 종식될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에 맞서는 우리로서는 그 방법뿐입니다.

중국 소설가 팡팡은?

'우한일기' 영문판(왼쪽)과 팡팡

본명은 왕팡(王方·66). 1955년 난징에서 태어났고 2세 때부터 우한에서 줄곧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4년 동안 공장 하역부로 짐수레를 끌며 집안 생계를 책임졌다. 대학 진학을 바라는 아버지 말을 듣고 뒤늦게 우한대 중문과에 진학했다. 1982년 소설가로 등단해 도시 하층민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소설을 써왔다. 중편소설 ‘친돤커우(琴断口)’로 2010년 중국 유수의 문학상인 ‘루쉰 문학상’을 받았다. ‘우한 일기’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팡팡은 지난해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국내에는 소설집 ‘행위예술’이 번역 출간됐다. 1950년 중국 토지개혁을 다뤄 출간과 동시에 중국 당국이 금서로 지정한 소설 ‘연매(軟埋)’가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팡팡의 '우한일기' 표지/문학동네

우한일기

팡팡 지음|조유리 옮김|문학동네|444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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