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美 블랙리스트 제재, 반도체 수출 비상?.. "대체효과 가능성 높아"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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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中 샤오미 ‘블랙리스트' 올려… 투자 회수 및 신규 투자 금지
샤오미, 스마트폰 시장서 애플 제치고 세계 3위… 반도체 수출에 영향
산업부 "화웨이 때처럼, 대체효과 있을 것… 예의주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미국의 투자금지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반도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3위 사업자로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등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출 감소보다는 점유율을 높이려는 애플, 오포, 비보 등 경쟁업체의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시킨 미국 정부의 수출 제재 조치 이후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샤오미 중국 사옥 전경. /연합뉴스

◇ 트럼프, 막판 中 견제… 샤오미와 화웨이의 제재는 달라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 등 9개 회사를 중국 군과 연관된 기업으로 추정된다며 투자 금지 대상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국 기업은 투자 금지 대상이 되며, 미국 투자자들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이 명단에 오른 중국 회사에 대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중국군 연관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 ZTE, SMIC, DJI 등 35개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다만 이번 블랙리스트 선정과 기존 화웨이의 반도체 수출 제재는 차이가 있다. 블랙리스트는 해당 기업의 투자제재로서 기존 투자 회수 및 신규 투자 금지를 담고 있다. 반면 화웨이는 미국 상무부의 전략물자수출규정에 따른 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용하는 해외 기업은 반도체를 화웨이 및 화웨이의 계열사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당국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따라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장비나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다. 다만 이 면허가 나오기 어려워서, 사실상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반면 샤오미에는 반도체 수출은 가능하지만, 이번 제재로 공급 위축 등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어, 반도체 등 부품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도체 수출에 찬물?... "대체효과 있을 것, 예의주시"

일각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샤오미가 높은 점유율을 가진 만큼 이번 제재로 제품 판매가 줄어들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세계 3위 제조사다. 또 같은 기간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이 2019년 3분기 대비 13.4%나 늘었다. 상위 5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출하량이 증가했다. 반면 시장 점유율 41.4%로 1위를 고수했던 화웨이의 출하량은 같은 기간 15.5% 쪼그라들었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수출이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총수출액은 514억1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2.6% 상승했다. 12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출액이다. 월별로 보면 역대 6번째 기록으로 반도체 호황이 있었던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는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12월에만 수출액이 30.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월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늘었는데, 이 중 최근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했다. 25개월 만에 최장기간 상승이다.

3분기 업체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IDC

다만 업계에서는 샤오미의 블랙리스트 제재로 인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9월 화웨이 제재 때처럼 애플과 중국 비보, 오포 등 경쟁 업체들의 ‘대체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제재 속에 애플이나 오포, 비보 등이 생산량을 늘려,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중국 경제지 카이신(Caixin) 등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위의 오포는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생산량 목표치를 사상 최대치로 잡으며 화웨이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공략해왔다. 오포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억1000만대에 달하는 생산량 목표치를 위해 부품을 수급했다. 이는 상반기의 두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작년 9월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26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15.2%), 아세안(15.1%), 유럽연합(13.7%)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화웨이의 반도체 수출 제재와 샤오미가 투자 금지 대상에 오른 것은 차이가 있고, 현재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며 "다만 과거 화웨이의 수출제한 때처럼, 스마트폰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게 아니고 다른 기업이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수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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