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토막 과학상식] 6G 구현할 기술은 무엇인가

김진호 기자 2021. 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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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5G) 이동통신도 제대로 안 되잖아?’ 

최근 6세대(6G) 이동통신이 자주 언급되면서 이처럼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잠시 영화 ‘아이언 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떠올려 보자. 한쪽 눈에 웨어러블 기기를 쓴 토니는 3차원 홀로그래픽 영상으로 이뤄진 증강현실 속에서 손동작만으로 자신의 업무를 본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통신 기술 덕분에 가능한 장면이다. 이런 미래를 가능하게 하려면 통신 기술은 한 발, 때로는 두 발 앞서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 세계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이미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5G 통신조차 시작되지 않은 2021년,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는 6세대(6G) 이동통신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6G 기술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굴지의 통신기업과 연구그룹이다. 이들은 6G 기술이 어떤 특징과 사양을 지녀야 하는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이 기술이 보편화됐을 때 인류의 삶은 정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지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해 보자.

6G 기술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6G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새롭게 연구가 시작된 기술인 만큼 아직 모두가 합의한 정의는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수많은 연구그룹과 통신업체가 6G가 갖춰야 할 성능과 이를 가능케 할 기술을 종합적으로 담은 ‘6G 백서’를 발표하며 6G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2019년 9월 핀란드 오울루대가 첫 백서를 발표했고,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가 가세했다. 지금도 6G 관련 행사에서 세부사항이 첨가된 비전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6G 백서가 공통으로 담고 있는 내용이 있다. 미래에는 3D 홀로그래픽 영상 서비스부터 끊기지 않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서비스나 널리 보급되고, 드론이나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6G는 이들 서비스를 가능케 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다.

최준일 KAIST 전자 및 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출시된 VR, AR기기를 실제로 체험해보면 화면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VR 고글을 쓰고 앞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잡는다면, 이를 놓치기 일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자동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를 이용해 차가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며 “향후 5G보다 최소 수십~수백 배 빠른 초속도, 연결 밀도가 10배 이상 큰 초연결성을 갖춘 6G나 그보다 더 진보된 통신 기술이 상용화돼야만 다른 차와 정보를 서로 송수신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G보다 최소 50배 빠른 6G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6G는 최소 6가지 측면에서 5G의 성능을 크게 뛰어넘어야 한다. 속도와 에너지 효율, 신뢰도(오류 발생률) 등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성능도 있지만 연결 밀도나 공기 지연율, 스펙트럼 효율 등 전문적인 용어로 정의되는 성능도 있다. 연결 밀도는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스마트 장치 사이에 원활하게 정보가 교환되는 기준으로 1km2당 장치 수를 나타내는 값이다. 연결 밀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장비간의 통신이 가능하다. 

공기 지연율은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 전송되는 정보가 전달되는 시간을 말한다. 시간이 짧을수록 데이터 끊김 현상이 줄어든다. 스펙트럼 효율은 허가된 주파수 대역폭 내에서 최대로 가능한 전송률을 의미하며, 통신시스템의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다. 

지난해 7월에 나온 삼성 6G 백서는 6G 최대 데이터 속도로 5G보다 50배 빠른 1Tbps(테라비피에스·1초에 1조 비트를 전송하는 속도) 이상을, 사용자 체감 데이터 속도는 10배 빠른 1Gbps(기가비피에스·1초에 10억 비트를 전송하는 속도)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연결 밀도는 1km2당 1000만 개로 역시 5G보다 10배 이상 높여야 하며, 공기 지연율은 0.1ms(밀리초) 이하, 신뢰도는 10-7 이하로 더 낮춰야 한다. 여기에 스펙트럼 효율은 주파수당 100bps 수준으로 5G(30bps/Hz)보다 2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 

통신 세대를 구성하는 세부 성능규격은 수많은 통신업계와 연구그룹이 참여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인 3GPP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국제통신연합(ITU)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GPP는 과거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을 협의할 때 생겨난 회의체로 아직도 당시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학회와 포럼 행사에서 6G 기술이 달성해야 할 성능에 대한 비전을 내놓고 있다”며 “2022~2023년경 ITU에서 6G를 구성할 성능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라헤르츠 대역을 6G에 활용하라

 

6G에 대해 논의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테라헤르츠 대역의 고주파를 활용한 1Tbps 달성과 저궤도 위성통신과의 결합, 공기 지연율을 낮추고 연결밀도를 극대화한 정교한 통신 등이다.

먼저 파장의 길이가 수백~수십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로 짧은 테라헤르츠(THz) 대역은 이론적으로 5G에 쓰는 밀리미터 길이의 파장을 가진 기가헤르츠(GHz) 대역보다 훨씬 더 많은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6G 통신을 위해 할당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라헤르츠 대역의 범위는 0.3~3THz로 기가헤르츠 대역보다 훨씬 넓기 때문이다.

이를 통신에 활용하면 1m2당 수백 개 이상의 장비에 추가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으며, 1T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미래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3D 홀로그래픽 영상 서비스도 가능하다. 기존 주파수 대역이 가진 속도나 연결 밀도 등 성능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oi: 10.3390/sym12040676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무선으로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테라헤르츠파라는 고주파를 전송하기 위한 송수신기다. 크리스티안 쿠스 지난해 8월 독일 카를스루에공대 광학 및 양자전자기학 연구소 교수팀은 단일 쇼트키 배리어 다이오드로 구성한 테라헤르츠 송수신기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발표했다.

쇼트키 배리어 다이오드는 P형과 N형 접합으로 된 일반 다이오드와 달리 금속과 실리콘을 접합해 구성한다. 전자나 정공 중 한 가지만을 이용해 전파를 수송하기 때문에 고주파 전송에 유리하다. 연구팀은 이 다이오드로 0.3THz의 주파수를 이용해 110m 떨어진 거리에서 115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헤르츠 무선통신으로는 100m 이상 거리에서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률을 기록한 성과였다. doi: 10.1038/s41566-020-0675-0 

다만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파장을 가진 저주파와 달리 고주파는 공기 중의 수증기나 산소 분자에 의해 쉽게 손실되는 특성이 있다. 고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6G무선방식연구실장은 “100m 정도 거리에서 테라헤르츠 송수신 사례가 늘고 있지만, 장애물의 유무에 따라 그 성능 차가 크다”며 “아직은 테라헤르츠파의 공기 중 전파 감쇄 문제가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저궤도 위성통신, AI 신경 네트워크 등 과제 산적해

공기 중 전파감쇄가 문제라면 대기를 통과하는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도록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고 실장은 “새로운 차원의 통신 기술을 논의할 때 테라헤르츠 대역을 이용한 6G 위성통신 역시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라며 “다만 먼저 테라헤르츠 대역을 운용하는 안테나, 기지국 기술들이 갖춰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6G만 위성 통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고 실장은 “현재 일부 국가의 특정 비행구간을 제외하면 비행기를 타면 통신을 할 수 없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처럼 전 지구적인 광대역 통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구촌 곳곳에서 매끄러운 5G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저궤도 위성 통신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 통신 및 위성 통신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로는 테라헤르츠용 안테나, 전송 프로토콜, 그리고 이를 운용하는 기지국 시스템이 추가로 개발돼야 한다. 

여기에 미래 6G 통신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네트워크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형 네트워크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6G 백서를 통해 기기별로 전력 소모와 데이터 지연을 줄이는 AI 알고리즘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화웨이는 2030~2040년 통신을 위한 AI 기술로 5G로 구현할 수 없는 제2의 지능형 네트워크가 도래할 것이며, 무선 채널의 내부 구조 이해나 무선자원 관리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신호처리 문제가 AI로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 실장은 “3D 홀로그래픽 영상이나 가상현실, 공장자동화, 자율주행 기술 등 다양한 6G 서비스를 고성능으로 구현하려면 관련 AI 기술 개발이 필수”라며 “뇌 신경망의 신호처리 과정처럼 통신의 정보 처리 과정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AI 신경 네트워크가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힘 타파졸리 영국 서레이대 5G이노베이션센터 교수도 지난해 11월 텔레콤 TV 유튜브 채널을 통한 6G 비전 강연에서 “2030년 이후에는 현재 미래 기술로 불리는 6G 통신과 한 단계 발전한 AI 기술로 실시간 위치측정에 기반한 서비스 산업이 보편화할 것”이라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학계와 업체가 향후 10년간 상호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DB (자료 : 삼성전자)

※관련기사

과학동아 1월호, [기획] 2030 6G 글로벌 

Part1. 6G가 갖춰야 할 성능, 6G를 가능케 할 기술

Part2. 6G 글로벌 시대, 6G 연구 동맹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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