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김정은 집권 10년 평가' 북한 노동당 토의 결론은?

정영태 2021. 1.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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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토의, 이틀 동안 경축 행사
선군정치 포기 않고 군사력 강화
8차 당대회 목적은 한미동맹 파괴
15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전날 저녁 열병식이 끝난 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광장과 대동강반(강변)에 모여 경축의 밤을 즐겼다고 전했다. [사진 뉴스1]


북한의 8차 당 대회는 8일 만인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이후 평양은 기념 공연을 비롯한 당대회 경축 행사로 흥청거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8차 당대회는 김정은 정권 10년 행사나 다름없다.

10년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2011년)으로 새로운 젊은 지도자가 등장하였다. 30세 이전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로 그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권력을 세습하는 과정을 빠르게 거쳤다.

먼저 김 위원장은 최고사령관에 올라 군대를 장악하고 ‘선군정치’식 권력 쟁취에 나섰다. ‘선군정치’식 권력은 어떠한 형태든 ‘전쟁’을 필요로한다. ‘전쟁’을 지휘하여 승리로 이끈 군사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지난 6일 조선중앙TV는 6일 전날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8차 당대회 개최 모습을 보도했다. 4·25 문화회관에는 흰색 군복을 입고 책상 위에 총과 쌍안경을 배치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전시됐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쳐]


최고사령관 추대 이후 김 위원장이 군사 사업에 몰두하는 행태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공식 활동 대부분을 군사 현지지도를 포함한 군사 사업과 직결되는 것으로 채웠다. ‘대미 핵전투’라는 수사적 전쟁 국면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이를 진두지휘했고, 두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을 끌어내면서 ‘대미 전쟁 승리’의 지도자란 점을 부각했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단행한 이유도 ‘선군정치’식 김정은의 최고 지휘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의 성공을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식으로 의식화한 셈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천재적인 예지와 걸출한 영도력, 강인 담대한 배짱과 의지를 지니시고 우리 당과 인민을 빛나는 승리와 영광의 한길로 확신성 있게 이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평가를 도출해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평양 시내에 북한 조선노동당 대회를 축하하는 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정권 10년 차에 개최된 이번 8차 당대회에서는 ‘선군정치’식 정권 창출기에서 출발해 강화기로 넘어가는 이정표가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8차 당대회 보고에서 ‘선군’이라는 어휘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군정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군사력 강화를 우선하는 내용을 담은 ‘선군정치’는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군사를 국사 중의 국사’로 내세우는 것과 ‘인민군대’를 앞세워 정권을 보위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군대의 정권 보위 선두역할은 많이 축소되었다. 대신 당을 통한 군대의 통제를 강화함으로 당의 군대 즉 사회주의 군대로 남아있도록 했다.

또 김정은 시대 ‘선군정치’는 군사력 강화를 우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핵·미사일 개발과 중화학공업 집중정책을 근간으로 한 국방공업 강화정책을 맨 앞에 내세워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군사력 즉, 힘(power)을 통한 현실주의적 대외·대남정책을 과시하고 나선 것이 북한 8차 당대회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14일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이 등장했다. 지난해 당 창건 75주년(10월10일) 기념 열병식에서는 '북극성-4ㅅ'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1]


북한은 이번 당대회 보고서에서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한다는 차원에서 ‘국가 방위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과 적대세력(한국)’의 군비증강으로 국제적 사회에서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해소하고, ‘적대세력’의 ‘위협과 공갈’을 종식할 때까지 군사적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고 북한은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요구를 한국이 거부할 경우 “한국(남조선)을 달리 상대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직접적이고도 과감한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더해 “불법무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들에 대하여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대남관계 차원에서 북한의 이런 위협은 개성공단 내에 있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으로 이미 현실화한 사례가 있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2일 북한의 열병식 정황을 포착했다는 한국군 당국을 향해 ‘특등 머저리’라고 비난하면서 “꼭 후에는 계산돼야 할 것”이라 위협하는 담화문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언술적 위협이 차후 어떠한 군사적 위협 행위로 현실화할지 우려스럽다.

14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8차 당대회 기념 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캡쳐]


북한의 이 같은 공격적인 대남 메시지와 행태는 그들의 핵무장 완성 선언 이후 더욱 노골화하는 형국이다. ‘자기가 하는 것은 로맨스’라는 식의 비현실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력 강화는 자위 차원의 국방력 강화라고 정당화하면서 한국의 군사력 강화는 적대행위로 부정한다. 심지어 북한은 한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보복 의지까지 내세웠다. 남북한 양자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북한의 논리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는 ‘원흉’은 미국이어서 한반도에서 미국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남북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들의 핵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력 강화는 미국을 쫓아내는 수단이어서 정당하며, 한국의 군사력 현대화는 북한을 반대하는 적대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군사력 강화로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그들의 ‘반미항전’에 동참하는 태세를 갖추기를 강제하고 있다. 아전인수식 생각이다.

북한은 ‘선군정치’가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저지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약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어서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는 북한이 지켜준다는 식이다.

북한 구상대로라면 한국의 안보는 북한식 한반도 안보 프레임에 종속된다. 이를 위해 북한은 8차 당대회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한·미동맹 관계 철폐,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대남·대미 공세를 더욱 본격화했다. 따라서 정부와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활용해서 한·미 동맹에 흠집을 내려는 전술에 대비하고, 우리 안보태세도 재점검해야 한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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