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중앙차로 차도 잔디심기, 서울시의 뻘짓?

정용인 기자 2021. 1.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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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진출처 www.cdts-ltd.co.uk

[언더그라운드.넷]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큰 제목만 보잖아요. 대응하기도 애매합니다. 딱히 틀린 말은 없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굳이 대응하자니….” 기자와 통화한 서울시 도로관리과 담당자의 말이다. ‘뻘짓’이라는 말이 기사에 나온 것은 아니다. [단독] 표시가 붙은 한 경제지 1월 11일자 기사 제목엔 ‘실효성 논란’이라고만 돼 있을 뿐이다.

커뮤니티들에 이 기사가 공유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된 제목이 ‘서울시의 뻘짓’이다. 기사의 요지는 버스차로 중앙차선 도로에 잔디를 심는 시범사업을 올해 4월 두군데 정류소에서 한다는 것이다. 도시 미관개선과 여름철 열섬현상 방지 등을 위한 것이라는데, 비용은 정류소당 4억~5억원이 들고, 그중 잔디 식재와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 1000만원가량이다. 기사만 보면 “서울시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라는 흰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 단독 기사의 근거는 무엇일까. 찾아봤다. 지난해 12월 31일 도로관리과가 기안한 ‘중앙버스 전용차로 신개념 녹지공간 조성 계획’이라는 자료다.

기안 문서를 검토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시범사업 추진에 앞서 특정기술 선정심사위원회를 열어 공사에 사용될 기술을 선정하는데, 기술조사를 해보니 1개 특허기술이 확인된다는 대목이다. ‘대형차량 전용차로용 포장층 및 이의 시공방법’이라는 기술인데, 지난 2018년 8월 특허청에 출원됐고, 2020년 5월에 등록된 특허다. 출원자는 경기도에 있는 한 토목회사다. 이 회사에 관한 기록을 뒤져보면 위 특허의 발명자로 돼 있는 인사가 지난 2009년에 설립했다. 회사 설립 당시 이 발명자의 나이는 50세이니 현재는 61세로 추정된다.

뭔가 그럴듯한 음모론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중앙차로 잔디공사는 알고 보니 서울시와 결탁한 86세대 인사의 이권사업?

잔디 식재는 누구의 제안이었을까. 서울시에 물었다. “지난해 8~9월경 도로관리과 포장조사평가팀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그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용될 특정 공법도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요.”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업체가 하나뿐이라면 공개입찰을 하더라도 그쪽에 유리한 결과가 예정돼 있는 것이 아닐까. “일단 1~2개 시범사업을 해보고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한 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시 광장에 잔디를 심었을 때도 처음엔 말이 많았잖아요.” 이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에 도로 가운데 잔디를 심은 게 없는 건 아니다. 실제 기안서엔 관련 사진도 몇장 첨부돼 있다. 주로 영국과 독일 등 유럽권이다. 실제 구글 검색을 통해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사진). “콘크리트 PC 패널 공사에 드는 비용이 4억~5억원입니다. 가운데 공간에 잔디를 식재하면 오히려 비용이 줄어들어요. 4월에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원래 공사가 예정된 곳에 여름철 우기가 오기 전에 공사한다는 것인데 오해가 여전히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논란이 확대된 데엔 ‘단독’이라고 보도한 첫 기사의 영향도 없지 않다. 기사가 실효성 논란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의 의문이다. 단독이라고 주장하기엔 좀 어울리지 않은 코멘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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