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톡톡]다시 번지는 남양유업 '불매운동'..대리점 고통 줄이려면

이비슬 기자 2021. 1.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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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지났지만 불매운동 지속..'명성의 패러독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맛있는 남양유업 제품 추천"

지난 6일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 제목입니다. 치즈부터 요구르트에 우유까지, 나열한 제품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글 아래 줄줄이 달린 댓글은 "기억할게요", "추천 감사합니다"와 같이 칭찬 일색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선 이와 비슷한 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얼핏 보면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글 같지만, 사실 이 글의 목적은 '불매운동'입니다. 남양유업 제품을 미리 알고 피하자는 무언의 약속인 셈입니다. 최근 인플루언서 황하나씨(33)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양 불매운동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가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강제로 떠넘겨 실적을 낸 이른바 '밀어내기' 정황이 드러나 공분을 산 것입니다. 당시 점주를 향한 욕설과 폭언을 담은 녹취록은 많은 소비자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남양유업은 즉시 대국민 사과문과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미 많은 소비자의 마음이 떠난 후였습니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이미지 쇄신을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대리점 단체와 상생 회의를 열어 개선방안을 수렴하고,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대리점에 무이자로 긴급생계자금 대출하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농협에 납품할 때 발생하는 영업이익 5%를 대리점과 나누겠다는 상생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공정거래위원회 주관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남양유업의 이미지 또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가장 큰 실책으로 '진정성 부족'을 지적합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들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에게 여러 차례 실망을 안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남양이 남양했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실제 대리점 갑질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그해, 남양유업은 결혼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관행으로 또 다시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후에도 과대광고·품질 논란에 이어 지난해 5월엔 홍보 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 허위비방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세우고 사과문을 내놨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이유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두, 세배 잘한 일은 당연해 보이지만 잘못한 일은 단 하나라도 더 크게 보인다는 '명성의 패러독스'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남양유업의 소통이 대중에게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황 씨 사건으로 다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황씨의 아버지는 앞서 한 매체를 통해 "지난 15년간 남양유업 일가와 교류가 없었다"고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황씨의 일탈 행위가 알려질 때마다 남양유업은 여전히 함께 입방아에 오르는 처지입니다. 남양유업이 지난 6일 "황씨 관련 기사 속에 언급되어 당사가 받는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고 호소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합니다.

남양유업은 최근 황씨 사건과 관련해 <뉴스1>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경기침체와 학교 우유 급식 미운영으로 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최근 회사와 무관한 황씨 관련 이슈로 임직원, 대리점, 주주 등이 무고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분들의 애끓는 심정을 알아달라"는 추가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남양유업 설명대로 황씨 사태로 대리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양유업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과거 대응 방식은 일반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안일했던 측면이 있다. 소비자에게 즉각 피드백을 제공하고 대응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공동체 집단으로서 함께하는 성숙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에 기여할 수있는 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의 충고입니다. 남양유업이 하루 빨리 불매운동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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