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만큼 힘든 2030..더 힘든 4050

세종=김훈남 기자 2021. 1. 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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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고용시장 동향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고용충격" 지난해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입니다.

지난달은 코로나19(COVID-19) 3차 유행 영향이 고용지표에 드러나는 첫 시기였던 만큼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62만8000명 줄었습니다. 연간으로도 월평균 취업자가 21만8000명 감소해 코로나19 영향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월간 기준으로 1999년 2월 이후 21년 10개월만에, 연간 기준으로 1998년 이후 22년만에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충격적인 고용성적표입니다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취업자 62만8000명 감소' 보다 심각한 고용현장이 보입니다.

경기 후행지표 고용은 옛말, 3차 유행에 바로 나타난 고용 충격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2652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만8000명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3차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영향이 고용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고용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입니다. 장사가 안된다고 직원을 바로 내보낼 수 없는 것처럼 취업자 감소 같은 고용영향은 경기 조금 뒤에 나타나는 게 보통입니다.

실제로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월20일인데, 취업자 감소는 3월에야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1월과 2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56만8000명, 49만2000명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본격적인 고용 충격은 전년 대비 취업자가 47만6000명 감소한 4월에야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12월 고용시장은 11월 중순 코로나19 3차 유행 시작 직후 곧바로 나타난 것이 특징입니다. 11월 취업자가 전년대비 27만3000명 감소에 그쳤는데, 12월에 들어 감소폭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11월 고용동향 조사기간 이후인 지난해 11월24일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영향이 지난해 초보다 조금 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조정이 반복되면서 고용시장에 나타나는 충격도 빨라진 '학습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측은 "12월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정 이후 대면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감소폭이 커졌다"며 "공공행정과 보건 일자리 증가폭이 둔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99년과 비교하면…2030은 똑같이 힘들고, 4050은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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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월 고용 감소폭은 1999년 2월 이후 최대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는 1999년 2월에는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65만8000명이 감소했습니다.

이 숫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 세대는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1999년 2월 20대와 30대 취업자는 각각 33만8000명, 23만명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2월은 25만4000명, 24만6000명 감소입니다. 미래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하면서 청년들이 취업기회를 잃는 건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40대와 50대에선 과거와 다른 양상입니다. 1999년 2월 40대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만4000명 늘었고, 50대 취업자는 8만1000명 감소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40대와 50대 취업자가 각각 18만3000명, 14만7000명 줄어든 것과 다른 양상입니다. IMF 외환위기의 고용 충격은 신규채용에 집중된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신규와 기존 채용, 즉 전세대에 걸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진입한 고령사회에 정부 직접일자리 증가…노인·농촌 일자리 착시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고용시장 동향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뉴스1
과거와 구분되는 또 다른 특징은 한국사회의 나이가 들었다는 점입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은퇴시기가 늦어지면서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경제활동인구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기대비 24만9000명 증가한 495만4000명입니다.

고령화 시대 대비를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분류한 65세 이상 취업자를 살펴봐도 취업자가 14만5000명 늘었습니다. 7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새 4만명 증가한 132만1000명입니다. 60세 미만 취업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 등 1차 산업 취업자 증가가 눈에 띕니다. 1년전에 비해 농립어업 취업자는 5만9000명 증가한 127만6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광공업과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11만1000명, 57만7000명 감소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일하는 고령층과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귀향을 택한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고령취업자, 1차 산업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초점이 노인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주5일 출근도 쉽지 않다…36시간 이상 취업자 161만명 '뚝'
고용의 질을 대표하는 지표는 취업시간별 취업자입니다. 소위 주 5일 9(나인) to 6(식스)로 대변되는 '좋은' 일자리도 코로나19 시대에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4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만1000명 감소했습니다. 일시휴직을 포함한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98만4000명 증가한 648만1000명.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595만6000명으로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성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입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직접일자리도 대부분 주당 36시간 미만 일자리로 채워졌습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 역시 고령화 시대와 경기 불황을 떠받치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유지될 수 없는 단기성 일자리 비중이 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22년만에 최대폭 취업자 감소'보다 더 큰 고용 시장 충격이 나타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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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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