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콥 꼬리자르기 나선 개신교계..시선은 '싸늘'

김은비 2021. 1.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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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인터콥 불건전 단체, 교인들 참여금지"
"교리 부정하진 않아"..이단규정은 애매
수년전부터 예의주시 중이지만 변화없어
교계 동조·방관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대규모 모임을 가진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적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개신교계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개신교계에서는 BTJ열방센터를 운영하는 인터콥을 향해 반사회적 행동을 중단하고 방역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인터콥을 불건전 단체라 부르며 각각 소속 교인들에게 참여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개신교계에서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서는 지난 13일 ‘인터콥은 반사회적 행동을 중단하고, 방역에 협조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기사 댓글에는 “인터콥이랑 대면예배 고집하는 교회랑 다른 점을 잘 모르겠다” “다 같은 계열이면서 잘 못하니깐 꼬리 자르기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속 개신교계에서 특정 집단이 비난을 사는 일이 발생하면 ‘일부 불건전 집단’으로 선을 그으면서도 강력한 제재·비판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신교계 관계자는 14일 이데일리에 “이미 오래전부터 개신교계 주요 교단에서는 인터콥에 대한 이단규정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각 교단의 자율성·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개신교계의 특성상 이단으로 규정하거나 물리적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인터콥, 이단으로 규정 내리기엔 연구 더 필요해

주요 교단에서는 이미 수 년전부터 인터콥을 이단성이 높은 집단으로 결의한 바 있다. 국내 개신교계 가장 큰 교단인 예장 합동 이단 대책위원회는 2011년 인터콥에 ‘참여 자제’ 권고를, 예장합신, 고신총회 등 주요 교단에서도 차례로 ‘교류 금지’, ‘참여 자제’, ‘예의 주시’. ‘교류 단절’ 등의 제재를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이단성이 매우 높은 단체에 대해 각 교단 이단 대책위원회가 내리는 조치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인터콥을 이단이라고 완전히 못박지는 못하고 있다.

인터콥이 이단 논란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공격적 선교활동 때문이다. 인터콥은 1983년 설립된 선교회로 ‘미전도종족개척선교’를 목적으로 한다. 이슬람,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주로 믿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콥의 수장인 최바울 선교사는 2004년 3000명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대행진을 개최하려다 현지에서 강제 추방됐다. 그 직후인 2007년엔 인터콥 선교회 주선으로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납치됐다가 42일 만에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목사 등 2명이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격한 선교활동 때문에 이단으로 결론 짓기에는 다소 애매하다는 것이 교계의 입장이다.

예장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심상효 목사는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선교를 해야된다는 인터콥의 과격함에는 분명히 문제의식을 느낀다”면서도 “이들은 교리를 부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이들은 열성적 신앙심으로 복음을 하려고 하지만 방식이 미숙한 것”이라며 “이번 BTJ열방센터 사태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개신교에서는 신학적 정통 이론을 벗어난 교리를 주장하는 단체를 이단으로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한 개인을 구세주, 인간 이상의 존재로 숭배하는 경우가 있다. 신천지가 이에 해당한다. 신천지는 신도들이 이만희 총회장을 사실상 영생하는 재림 예수로 숭배하고 이 총회장이 인정한 14만4000명만이 심판의 날에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는 점에서 대다수 개신교단이 이단으로 분류한다. 한기총과 CBS(기독교방송) 등은 신천지가 감금, 폭행, 헌금 강요, 횡령 등 반사회적 범죄도 저지른다며 이단의 단계를 넘어 사이비 종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출입 통제하는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사진=연합뉴스)


개신교계 경고 불구 인터콥의 과격 선교는 여전

이 같은 이유에서 개신교계에서는 최바울 선교사와 인터콥에 대해서는 이단으로 규정하기보단 ‘예의주시’ 하기로 결정했다. 또 선교를 총지휘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신학지도위원회를 꾸려 인터콥 선교회의 선교방식에 대한 지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최바울 선교사는 이같은 결정에 2011년 3월 사과문을 발표해 “인터콥 선교회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해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지도와 재교육을 받아 건강한 선교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콥 선교회의 공격적인 선교방식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콥 선교회는 2014년 인도의 불교사원에 들어가 찬양하며 기도를 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2017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중국인 선교사들의 소속 단체도 인터콥 선교회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8년 다시 신학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인터콥 선교회에 대한 신학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2년간 회원권을 정지했다.

교계의 동조와 방관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는 “인터콥을 옹호했던 영향력 있는 교계 원로들에게 물으면 늘 공통적인 답변이 돌아왔다”며 “‘잘몰랐다’, ‘문제를 고치지 않았냐’, ‘수정한다고 했으니까 지켜보자’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단 총회에서도 인터콥은 항상 논의가 됐지만 이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설교하고 어떤 책을 냈는지, 이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단 문제를 다루는 바른미디어가 8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최바울 인터콥 선교사 관련 영상(사진=바른미디어 유튜브 캡처)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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