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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천장과 벽면 가득 명화가 살아숨쉬는 '겨울궁전' [박윤정의 쁘리벳! 러시아]

최현태 입력 2021. 01.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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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상트페테르부르크
세계 3대 미술관인 '에르미타주 박물관'
예카테리나 2세 미술품 수집으로 시작
화려한 인테리어.. 세계 유명작품 많아
발레·오페라 무대 마린스키 극장 등
100여개의 극장 있어 '문화 수도' 명성
밤되니 아름다운 조명.. 또 다른 무대
전 세계 수많은 방문객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에워싸고 있다. 박물관은 겨울 궁정과 4개의 건물인 에르미타주 극장, 구관과 신관, 소 에르미타주로 구성되어 있다. 긴 대기 줄을 뚫고 들어선 박물관 내부에도 또 다른 줄들이 늘어서 있다. 관람을 시작하기 전 먼저 안내 데스크에 들르기로 했다. 진열되어 있는 한국어 활자를 보니 조금 전의 피로함이 사라진다. 한국어 안내 지도와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한 손에 안내 지도를 펼치고 오디오 가이드를 받아 든다. 낯선 외국에서 이렇듯 반가운 선물을 만날 줄이야! 전 세계 박물관 오디오 가이드를 후원한 한국 연예인 덕분이다. 감사한 마음이 팬심을 두드린다. 덕분에 한결 가볍게 러시아 미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어폰에서는 낯익은 목소리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간다. 안내에 따라 귀 기울이며 작품을 마주하며 그림 속으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본관인 로마노프 왕조의 겨울 궁전은 옐리자베타 여제 시기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미술품을 수집한 것이 에르미타주 시작이란다. 초기에는 왕족과 귀족들의 수집품을 모았고 19세기 말, 일반에게 개방되어 현재까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명성만큼 전시된 작품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중 125개 홀을 차지하고 있는 서유럽 전시실을 먼저 둘러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유명 화가 작품들이 전시실마다 가득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리타의 성모’, 조르조네 ‘유디트’,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와 같이 화집이나 도록이 아닌 직접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보니 설렘이 가득하다. 유명한 수많은 작품 덕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홀을 지날수록 벽면 가득 명화들은 넘쳐나고 마음은 급해진다. 예정된 시간 내에 다음 전시실 작품을 얼마나 마주할 수 있으려나. 겨울 궁전에서 만나는 작품들과 화려한 인테리어를 즐기며 시간을 하염없이 붙든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박물관은 겨울 궁정과 4개의 건물인 에르미타주 극장, 구관과 신관, 소 에르미타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 낯선 초기 러시아 유화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식민지 약소국에서 약탈한 비서구권 문화재와 달리, 이곳에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럽 전역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볼 수 있다. 베를린이 소련에게 점령당했을 때 붉은 군대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항상 또 다른 강대국의 역사가 존재하는 듯하다.
이리저리 열심히 둘러보느라 지친 발걸음을 안고 박물관을 나선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네바강 유람선을 타고 천천히 강을 따라 이동하는 관광객들을 바라본다. 그들에게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또 다른 그림같이 보일 듯싶다. 주변 경치를 흐르는 물길 따라 즐기고 있는 그들 모습이 내게는 또 다른 풍경 그림이다.
푸시킨 동상.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 ‘위대한 국민 시인’으로 불린다.
중심 거리인 드보르초브 중앙 광장을 지나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은 넵스키 거리로 향한다. 카페에 들러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잠시 쉬어간다.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피로를 덜어본다.

문화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100여개의 다양한 극장이 있다고 한다. 그중 단연 최고는 마린스키 극장이다. 발레와 오페라의 무대인 마린스키 극장을 방문하기 위해 공연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비록 발레 ‘백조의 호수’가 아닌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이지만 마린스키 극장에서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다.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공연장으로 향한다. 낮과 다른 도시도 가로등으로 옷을 갈아입고 밤을 시작한다. 화려하고 멋진 무대 공연이 끝난 늦은 시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잠들지 않았다. 거리의 바와 레스토랑에는 많은 사람이 또 다른 생활을 시작하고 도시 중심부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밝혀진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거리 간판 조명 아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번지고 가로등에 맺히는 빗방울을 보니 또 다른 무대처럼 느껴진다.
마린스키 극장. 문화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100여개의 다양한 극장이 있다고 한다. 그 중 단연 최고는 발레단이 유명한 마린스키 극장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입장하려 줄을 서고 마린스키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고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오니 상트페테르부르크 운치에 젖어든다. 러시아 북방 수도의 영혼을 이해하려면 이런 작은 경험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여행 안내서를 따라 새롭게 만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어린 시절 고전 문학에서 묘사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 푸시킨의 서사시 ‘청동 기마상’ 주인공들 삶의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오늘날처럼 이런 분위기였을까. 빗방울을 어깨에 이고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소설 한 장면을 상상해 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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