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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예인 마약 놔주고 기록 삭제..이런 의사 5년간 185명

성지원 입력 2021. 01. 17. 16:13 수정 2021. 01. 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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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의사 A씨는 연예인 B씨의 진료기록부를 없애달라는 매니저 이모씨의 부탁을 받았다. 불법인 걸 알았지만 A씨는 B씨의 진료기록부를 파기했다. A씨는 또한 B씨가 프로포폴 의존성이 있는 걸 알면서도 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그러면서도 약품 구입내역을 관리대장에서 누락시켰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당국은 A씨의 행위를 적발했고, 결국 2017년 의사 면허를 박탈했다.

이처럼 불법 의료행위로 지난 5년 간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사람이 1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는 서류를 날조해 마약류 의약품을 자신에게 직접 처방하거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의료기록을 조작한 경우도 다수 포함됐다.

전북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해 4월 전북대 의대생 A씨가 여자친구를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데 대해 전북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범죄자가 의사가 될 수 없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 간 의사 면허 취소는 총 185건이었다. 의료법 8조에 따르면 허위진단서 작성, 허위진료비 청구, 마약류 유통 등 의료 관련 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해에만 42명의 의사가 이 같은 사유로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면허 취소 중 가장 빈번한 사례는 의사 면허가 없는 비(非)의료인에게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다. 의사 백모씨는 2016~2018년에 걸쳐 의사 면허가 없는 김모씨에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뒤 2년 간 10억8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치료용 목적으로 써야 할 마약류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5월 면허를 뺏긴 김모씨는 3년 간 총 750여회에 걸쳐 서류를 위조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인 졸피뎀 성분 약품과 데파스정 등을 환자 명의로 처방한 뒤 자신에게 직접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형이 확정됐다.

돈을 받고 환자의 마약류 투약 기록을 삭제해 준 의사도 있었다. 2018년 의사 홍모씨는 시술을 빙자해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을 지속적으로 투약해준 뒤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5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면허가 취소됐다.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문서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의 상태, 태아에게 취한 조치 내용 등을 거짓으로 쓴 뒤 직접 서명했다. 사문서 위조였다. 징역형을 받은 B씨는 면허가 회수됐다.

정치권에선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던 여성을 성폭행 한 뒤 징역형을 선고 받은 현직 의사가 의사 면허를 유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2000년 개정 의료법은 면허 취소 대상을 직무 관련 범죄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형법상 횡령, 절도, 강간,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의료법과 연관돼 있지 않으면 의사들은 계속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간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총 2867명에 달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했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들을 괴물집단으로 키운 의료법을 개정하라”는 청원이 올라왔었다. 36만명이 청원에 동의하자 당시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거나,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정부도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조명희 의원은 “윤리의식을 상실한 의사들이 면허를 갖고 버젓이 일한다면 누가 믿음을 주고 생명을 맡기겠느냐”며“허술한 의료법 개선은 물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도덕성 제고, 재발방지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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