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연료, 메탄으로 대체..화성 자원 활용 '현지 조달' 한발 다가서
[경향신문]
고체 상태 이산화탄소 전기분해
화성의 얼음 녹여 물 만드는 과정
탄소·수소 추출해 조합 메탄 생성
“연구 더 필요하지만 유망한 기술”
화성에 파견된 우주비행사가 실종 상태에 빠졌다 자력으로 생존해 지구로 귀환한다는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마션>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절망과 삶을 향한 의지를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개연성 있게 그려낸다. 수십년 뒤로 추정되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데다 터무니없는 상상력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방점을 찍는 SF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마션>의 시작과 끝은 본격적인 우주 시대가 열린다면 일어날 법한 상황을 뼈대로 한다.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폭풍 탓에 긴급 이륙하는 로켓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가 시작되더니 영화 말미에는 오랜 기간 화성 표면에 방치된 로켓에 천신만고 끝에 탑승하며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인류가 정말 화성에 장기 정착하고, 지구와 왕복 운송수단을 띄우는 시대를 개막하려면 와트니보다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로켓 연료는 액체 수소나 케로신(등유)이다.
그런데 액체 수소는 초고압과 극저온을 유지하는 기계설비가 필요하다. 케로신은 연소 뒤 탄소 잔류물이 남아 세척을 자주 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귀환용 연료를 지구에서 화성으로 싣고 가는 건 발사 중량이 증가하는 문제를 만든다. 현재 널리 쓰는 연료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연료를 화성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구진이 해결책을 고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I) 물리학과 후올린 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달 초 로켓 연료를 메탄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UCI 학교 매체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이 내놓은 메탄 생산법의 핵심은 화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현지 조달’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뒤 화성에 고체 상태로 놓여 있는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한다. 그 뒤 화성에 존재하는 얼음을 녹여 물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각각 탄소와 수소를 뽑아낸 뒤 조합하면 메탄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탄 생성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아연을 촉매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메탄을 연료로 쓰면 화학공학적으로 산출이 까다로운 액체 수소가 가진 문제와 사용 뒤 잔류물이 남는 케로신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기본적인 이론은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나왔다. 현재 스페이스X는 ‘랩터’로 이름 붙인 메탄 연료 기반의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엔진을 단 발사체인 ‘스타십’을 화성으로 인력과 물자를 운송할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주공학계에선 UCI 연구팀의 분석을 바탕으로 화성 현지에서 메탄을 조달할 방안이 구체화된다면 스타십을 더욱 원활히 운영할 기초가 닦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미국 연구팀이 내놓은 건 아직 개념적인 수준이다.
신 교수는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을 통해 “이 계획이 완전히 실행되려면 공학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하지만 매우 유망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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