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의혹 검사들, '술접대 무고' 밝혀줄 휴대폰 "분실" "깨졌다"
[경향신문]
지목된 당사자들, 의혹 불거진 시점에 “보안상” 등 이유 교체
범죄 혐의 부인했던 전·현직 검사 4명, 증거인멸 의혹 제기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연루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사 4명 모두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등에 몸담았던 ‘특수통 검사’들이라는 점에서 범죄 혐의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술접대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A씨는 술접대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부부싸움 등으로 다투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에 진술했다. A씨와 함께 술자리에 동석했다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술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검사 B씨도 “전화가 수십통이 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과정에 휴대전화가 떨어져서 깨졌다”고 했다.
현직검사 C씨는 서울남부지검 조사에서 “1차 검찰 조사(2020년 10월22일) 후 박람회장에서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는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압수수색(2020년 10월26일) 전 1차 검찰 조사 시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임의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검찰이 휴대전화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C씨가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1차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사이인 2020년 10월24일이다. C씨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자신의 업무일지 일부를 삭제하거나 파쇄한 이유에 대해 “다른 수사사항과 관련된 대외비가 있어 삭제했다”고 했다.
현직검사 D씨는 “업무상 민감한 정보를 다뤄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보안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어 휴대전화를 바꿨다”고 진술했다.
이들 4명은 김봉현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서울남부지검이 수집한 증거들은 이들을 향하고 있다. C씨의 경우 택시 이용 내역 분석 결과 술접대 날짜로 추정되는 2019년 7월18일 밤 문제의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승차해 자신의 관사에서 하차한 기록이 확인됐다. C씨는 “택시 승하차 기록이 왜 그곳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D씨는 술접대 추정 시점인 2019년 7월18일 오후와 이튿날인 19일 오전 기소된 B씨와 이프로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다. D씨는 자신을 검찰 주요부서로 이끌어준 A씨와 사적 교류가 많았지만 공교롭게도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가 언론에 공개된 날 이후부터 A씨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술접대를 폭로한 김봉현씨와의 대질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검찰에서 “대질조사를 해도 (김 전 회장이) 허위진술을 계속하면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유지돼 오히려 기소에 유리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술접대 의혹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C씨와 D씨를 상대로 한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징계 조치는 늦어지고 있다. 대검과 법무부는 “감찰 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검사 술접대 의혹 관련 첫 공판은 A씨와 B씨가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해 오는 3월11일로 연기됐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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