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에어팟맥스, '노캔' 장인이 만든 명품 무선헤드폰

김은경 2021.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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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노캔' 체험시켜주다가 사기꾼 취급당할 수 있습니다
비싸도 비싼 값 하지만, 라이트닝 포트에 케이블 미제공은..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너 나 놀리려고 말 안 하고 입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를 지인에게 체험시켜주고 사기꾼 취급을 당했습니다.


‘노캔 장인’ 애플답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소음 억제) 기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처음 썼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체험시켜준 지인이 소리 없이 입만 벙긋 움직이길래 “말을 해봐”라고 다그쳤던 기억이 납니다.(지인도 말을 계속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에어팟 맥스는 귀를 완전히 덮는 형태로 에어팟 프로보다 차음성이 훨씬 뛰어납니다. 과장하자면 시끄러운 카페나 지하철에서 노캔을 켜면 마치 내 방 같은 편안함을, 방에서 켜면 우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기본 구성품.ⓒ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제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정성껏 포장된 ‘선물’을 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애플 제품 특징입니다. 애플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사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딱 붙은 비닐을 손톱으로 애써 긁으며 칼을 찾을 필요 없이 가장자리 비닐을 당기면 ‘촤르륵’하고 벗겨지는 손맛이 매력적입니다.


구성품은 간단합니다. 본체와 케이스, 양 끝이 USB-C와 라이트닝인 케이블, 설명서가 끝입니다. 본체에도 애플 상징인 사과가 없더니, 구성품에도 사과 모양 스티커는 안 주네요.


대신 애플답지 않게 어쩐 일로 전용 케이스를 기본품으로 줍니다. 겉은 빳빳해 때가 덜 탈 것 같고, 안은 부드러운 벨벳 재질로 제품을 잘 보호해 줄 것 같습니다. 대신 제품 자체가 접이식이 아니어서 휴대성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이 케이스에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똑딱 여닫는 부분이 자석으로 돼 있는데, 제품을 케이스에 넣으면 사용하지 않는 상태라는 걸 자동으로 인식해서 초전력모드로 전환해줍니다. 에어팟 맥스는 전원 버튼이 따로 없어서 늘 켜져 있는 상태인데, 케이스에 넣어두면 제품을 잠시 쉬게 해주는 셈이 됩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케이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제품을 써보기 전 가장 걱정되는 점은 무게였습니다. 장시간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인데 ‘너무 무거우면 목디스크에 걸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서요. 제품을 손에 드니 384.8g다운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웬만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아이폰12 프로맥스·226g)보다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실제 착용했을 때는 생각보다 목에 부담이 가지 않았습니다. 보통 헤드폰 1시간쯤 쓰면 배기는 부분이 있어서 쉬면서 쓰게 되는데, 에어팟 맥스는 3시간 이상 써도 딱히 아픈 곳 없이 편했습니다.


윗부분은 매쉬 소재로 그물망처럼 생겼는데, 머리 모양에 맞게 튀어나오는 모양이 맞춰지면서 두꺼운 스펀지가 적용된 것보다 훨씬 덜 아팠습니다. 전체 헤드폰의 무게를 분산 시켜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이어컵 쿠션은 메모리폼을 써서 외부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어도 옆 사람이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지 않는 이상 소리가 밖으로 거의 새지 않았습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이어컵을 벗긴 모습. 자석으로 탈부착된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별도 구매 가격은 8만5000원이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다만, 착용한 채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거나 뛰니 벗겨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땀 흡수가 쉬운 이어컵 소재나 무게로 봤을 때 격한 운동을 하면서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사용법은 버튼 두 개의 역할만 숙지하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앞의 길쭉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노캔이 활성화되고, 한 번 더 누르면 외부 소리 듣기 모드로 바뀝니다.


애플워치에 달린 것과 똑같이 생긴 크라운은 좌우로 돌리면 음량 조절이 되고, 위아래로 한번 누르면 음악 재생·정지, 두 번은 다음 곡으로, 세 번은 이전 곡으로 이동됩니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고, 자주 쓴 기능입니다.


휠을 돌릴 때는 MP3 시대 감성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시대를 주름잡은 ‘아이팟’ 휠을 돌리는 것처럼 ‘타다닥’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손가락 모양에 따라 매쉬 소재가 고정된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무선헤드폰은 노캔이니 뭐니 해도 사실 ‘음질’이 가장 중요한데요, 무선제품에서 이 정도 음질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동영상을 볼 때 소위 ‘씽크가 안 맞는다’라고 표현하는 지연도 거의 없습니다.


록 음악인 Daughtry의 ‘Over You’를 들었을 때는 묵직한 베이스부터 경쾌한 기타 리프, 시원한 고음 모두를 놓치지 않고 들려줬습니다. 특히 고음이 찢어지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들려 매력적입니다.


베이스는 음향 기기 중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분인데, 힙합 음악인 창모의 ‘메테오’를 들었을 때 도입부부터 음악 전반에 깔리는 베이스를 강하게 두드리는 느낌으로 꽤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오토튠 등 정교한 기계음도 세밀하게 잡아내 들려줍니다.


아이유의 ‘밤편지’를 들을 때는 거의 아이유 콘서트장에 와 있는 수준으로 섬세하게 목소리를 표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리를 뭉개는 부분 없이 하나하나 잡아내 원음 그대로 들려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를 착용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퀄라이저(EQ·Equalizer) 조절을 사용자 입맛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대신 사용자 귀 형태에 맞춰서 저-중 주파수를 자동으로 조율하는 적응형 EQ가 탑재됐다고 합니다. 피어싱을 착용했거나 중간에 머리카락이 끼어있는 것도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뿐 아니라 영화를 볼 때도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실제는 2개 이어컵에서 소리가 나오는 스테레오 시스템이지만, 사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5.1 채널이나 7.1 채널, 돌비애트머스로 녹화된 콘텐츠는 입체감 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오른쪽 귀에서 나는 소리가 커집니다. 아직은 관련 콘텐츠가 많지 않긴 합니다.


외부 소리 듣기 모드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밤길을 걷거나 도로를 건널 때는 위험하니 해당 모드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사용하던 20만원대 노캔 무선헤드폰은 “나 지금부터 주변 소리 너한테 들려준다”라고 작정한 것처럼 마치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고, 기계음에 장시간 켜두기엔 귀가 너무 피곤했는데요, 에어팟 맥스는 제품을 착용하고 있었는지 잊을 정도로 주변 소리를 내 귀로 듣는 것처럼 똑같이 들려줬습니다.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왼쪽)와 소니 19만9000원 노캔 무선헤드폰 'WH-CH710N'.ⓒ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아쉬운 점을 꼽자면 ‘케이블’입니다. 에어팟 맥스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연결됩니다. MP3 등 3.5mm 잭으로 연결되는 기기에 물려서 사용하려면 별도로 ‘라이트닝-3.5mm’ 케이블을 돈 주고 사야 합니다. 가격도 4만5000원으로 웬만한 유선이어폰 값이어서 기본으로 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드네요. 노캔이 빛을 발하는 비행기에서 사용할 때는 3.5mm 잭이 꼭 필요하기도 해서요.


종합적으로 에어팟 맥스는 ‘싸게는 안 팔아도 대충은 못 판다’는 애플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제품입니다. 애초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애플과는 거리가 먼 단어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에 비해 출고가 71만9000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음향기기는 한 번 빠지면 ‘통장’이 ‘텅장’이 될 정도로 고가 제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음질 차이로도 제품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에어팟 프로 역시 출시 당시 30만원대로 너무 비싸단 평가가 많았지만, 이제는 주변에서 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했습니다. 에어팟 맥스를 계기로 무선헤드폰이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던 시장에서 대세 시장으로 떠오를지 궁금해집니다.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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