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몽골 아기, 코로나19 셧다운 버티고 한국에서 새생명 얻었다
“한국에서 받은 온정, 평생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지난 19일 이화여대 서울병원을 퇴원한 몽골 아기 에르켐세힌(1)의 부모는 고국에 돌아가기 전 수술해준 의료진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태어난 지 9개월밖에 안 된 에르켐세힌이 우리나라에 온 이유는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에르켐세힌은 태어나자마자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에 구멍 2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개월 후 재검사에서도 아기의 심장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보였다. 현지 의료진은 ‘폐동맥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폐동맥협착증은 폐동맥 관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전체 선천성 심장질환의 8~12%를 차지한다. 중증인 경우 운동 시 호흡곤란이나 흉부 통증, 실신의 증세를 보일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 심장 수술 기술이 부족한 현지 병원에서는 에르켐세힌의 수술이 불가능했다. 에르켐세힌의 부모는 급히 수술이 가능한 다른 나라를 알아봤지만,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었다. 여러 국가에서 입국을 거절당한 에르켐세힌은 글로벌사랑나눔재단의 도움으로 우리나라와 연결됐다.
하지만 다시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원래 12월 초 방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해 몽골 정부가 셧다운 조치 내린 것이다. 결국 아기는 3주의 시간을 기다린 후 지난해 12월 25일 셧다운 조치가 완화하자마자 겨우 우리나라에 올 수 있었다.
병원까지 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아기는 바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져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했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견딘 후 지난 8일 아기는 이대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후 절차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기본 검사를 마친 에르켐세힌은 11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후 일반 병실로 옮겨져 몸을 회복하고 지난 19일 무사히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서동만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기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에르켐세힌이 몽골과 우리나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술을 받고 완치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르켐세힌의 부모는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여 눈물만 흘리고 있었는데 손을 내밀어준 한국과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우리 아기가 새로운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안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은 이달말 몽골로 돌아간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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