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 동결자금 빼내려 안간힘.."한국 정부 의지 보여라"

정은혜 2021. 1.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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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국선박 나포 문제와 관련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헤크마트니아 이란 법무부 차관을 만나고 있다.[이란 정부 홈페이지 캡처]

이란중앙은행(CBI) 총재가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 규모(약 7조 7000억원)의 이란 자금 문제와 관련 "한국이 정치적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CBI 총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당국은 동결자금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들이 이런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0~12일 이란을 방문했다. 최 차관은 사흘 간의 방문 일정에서 한국 선박 나포와 이란에 억류된 한국인 5명의 석방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이란은 자금 동결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이란을 떠났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대표단의 방문과 관련 "한국 선박 나포 문제와 이란 자금 동결 문제가 연관돼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만 대답했다.

대신 자금 동결 문제를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미국의 정책과 규제도 따르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은행들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력 정책에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굴복해 다른 국가와 달리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은행들의 자금 동결 조치는 국제법을 위반한다"면서 "지난 2년간 이란이 입은 피해는 한국 은행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동결 자금을 놓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쓰는 방법을 정부에 문의해왔다.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을 거래하는 경우 제재 예외가 허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1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앞서 최 차관은 10일부터 2박3일간 이란을 방문해 한국 선박 억류 해제를 요구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뉴스1]

헴마티 총재는 이와 관련 "동결 자금을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입하는 식의 방법을 찾았지만, 한국 정부가 신뢰할 만한 채널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으로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를 통해 자산을 송금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유럽이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스텍스 같은 방법론은 "두 번째 문제"이고,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인데, 지금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우회 통로를 마련했다. 이란이 CBI 명의로 한국의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대금을 이 계좌로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이 이란 금융 제재를 확대하면서 CBI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한국에 있던 CBI 명의의 자금 70억 달러가 동결됐다.

이란의 동결 자금 문제는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의 선박을 나포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한국인 5명을 억류한 사건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포 이유로 해양 오염을 들었지만 아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건 다음 날인 5일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한국 정부가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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