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정치권 '파장'

조익신 기자 2021. 1. 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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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죠.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정국의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일부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정치를 염두에 두지 않을 거다" 메시지를 던지면서, 그 파장이 어디로 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윤석열 가상 '양자대결' 우위…'별'을 품은 '달' 고도의 견제구? >

'별의 순간'을 맞고 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과 대선 가상대결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차기 대선 구도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듯합니다. 이런 윤 총장을 보는 여권의 심정, 그동안 상당히 복잡미묘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죠.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탄핵론'까지 꺼내 들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들. 입장이 조금 머쓱해졌을 듯싶습니다.

[김승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2월 29일) :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치권의 시선을 더 잡아 끈 건,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었습니다.

[2021 신년 기자회견 (지난 18일) :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윤 총장을 정치권에서 멀리 떼어 놨습니다.

[노영민/전 대통령 비서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총장직 그만두고도 정치 안 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안 할 거라고 확신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글쎄 뭐… 그건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습니다. (희망사항은 아니세요 혹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불과 두 달 전과는 사뭇 결이 다른 반응입니다.

[박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1월 13일) : 저는 (윤석열 총장이) 정치 영역으로 좀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비서실장님,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노영민/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해 11월 13일) : 본인의 의도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수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의 이런 기류 변화, 아무래도 전략을 바꾼 듯합니다. '찍어내기'에서 '끌어안기'로 말입니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 그동안 물음표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죠.

[윤석열/검찰총장 (지난해 10월 22일) :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 방법에는 정치도 들어갑니까?) 글쎄, 그건 뭐,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정치인 윤석열이 아닌,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말입니다. 더욱이 윤 총장은 이런 일화를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지난해 10월 22일) :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고. 지난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 이런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윤 총장, 모든 여론조사에서 현재 야권 후보로 분류됩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신임을 해줬는데, 차기 대선에 야권 주자로 나선다라? 정치적 '역풍'을 피하긴 어렵겠죠. 더욱이 '윤석열'이란 이름 아래 진행된 각종 수사들. 그 진의를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합니다. 가상 대결에선 여권 유력대선 주자들을 물리쳤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일 뿐이죠? 같은 조사에서, 윤 총장이 실제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거라고 본 국민은 34%에 그쳤습니다.

청와대의 기류 변화에 국민의힘도 조금 당황한 눈치입니다. '윤석열 죽이기' 프레임을 계속 끌고 가기엔 동력이 예전만 못합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어제) : 공수처 출범 시에 수사 대상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1호가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여권에서 나왔습니다.]

[최강욱/열린민주당 의원 (어제) : 공수처 수사 대상 1호에 대해서 가장 관심이 많은 집단입니다. 그리고 그 집단이 노리는 정치적인 이익이나 목표는 분명하고, 그것을 위해서 사실관계를 서슴없이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합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한 분도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2일) : 지금 현직에 있기 때문에. (현직 검찰총장이니까.) 여권 내부의 지금 갈등 속에 있는 거지 그 사람이 야권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김 비대위원장이 말한, 윤 총장의 '별의 순간'. 놓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기도 하죠.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예견도 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2일) : 여권에서 찾다 찾다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지 못 할 거 뭐 있어요?]

윤 총장이 혹시나, 차기 대선을 생각했다면 고민이 커질 듯합니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신념을 밝히기도 했었죠. '정치검찰'이란 꼬리표도 아직 제대로 떼내지 못했는데, '검찰정치'란 새로운 딱지를 검찰 조직에 남길 수도 있습니다.

< 이낙연 "왼쪽 깜빡이 우회전" vs 이재명 "문 대통령 수용" >

'근청원시(近聽遠視)' 가까이 듣고, 멀리 보겠다는 뜻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최근 '사면론'을 성급하게 꺼내 들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죠. 어떻게 보면 너무 멀리 보다가 가까이 듣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대표는 "많이 야단맞았다",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근청원시'의 교훈, 본인뿐 아니라 이 분도 좀 되새겼으면 싶었나 봅니다. 바로 이재명 경기지사인데요. 이 지사가 전 도민에게 1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죠. 이걸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겁니다.

[이낙연 (음성대역) :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 지사가 소비만을 생각해, '방역' 즉 멀리 보지 못했다는 지적인데요.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이 지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죠.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13일) : 방역당국은 아직은 외부 활동을 통한 소비 진작보다 방역의 고삐를 더 확실하게 조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소비 진작을 위한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습니다.]

당의 우려 속에 이재명 지사가 오늘 답을 내놨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 (화면출처: 유튜브 '경기도청') : 현재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인 점, 우리의 종합적인 방역 역량, 전 세계에 자랑할 높은 시민의식과 우리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 등을 고려해 보면, 경기도는 2차 재난기본소득의 신속한 지급이 필요하고, 또 지급하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이 지사는 "보편적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닐 거라는 생각 자체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예정대로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다만, 당의 우려를 감안해 지급 시기는 조절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하겠다"며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당의 반대 속에도 이 지사가 결심을 굳힌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이 발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021 신년 기자회견 (지난 18일) : 지역 차원에서 말하자면 보완적인 그런 재난지원을 하는 것은 그것은 뭐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지사의 좌우명도 '한몫'한 듯싶습니다.

'대동세상'(大同世上).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뜻하는데요. 이 지사가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 꺼낸 말도 이 '대동세상'이었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 (지난해 7월 16일) : 여러분과 함께 우리 모두가 꿈꾸는. 모든 사람이 함께 손잡고 사는 살아갈 수 있는 대동세상을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청원시(近聽遠視)', '대동세상'(大同世上). 좌우명만큼이나 성향 차가 뚜렷한 두 대선주자의 경쟁.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듯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윤석열 가상 '양자대결' 우위…'별'을 품은 '달' 고도의 견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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