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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짜리 흑석동 새아파트 5채, 26개월째 '공실' 왜?

유엄식 기자 입력 2021. 01. 21. 05:50 수정 2021. 01. 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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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전경. /사진제공=DL이앤씨

시세 20억원에 달하는 ‘아크로리버하임’ 5가구가 26개월째 빈집으로 남아 있다. 과거 발생한 부정청약 분양권 전매 때문이다. 불법 당첨된 분양권인줄 모르고 샀던 사람들의 입주계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의 ‘마린시티자이’와 같은 상황이다. (본지 1월9일 “11억짜리 내집 5억 받고 쫓겨날 판”…해운대 새아파트의 비극 참조)

입주가 좌절된 분양권 전매자들은 선의의 피해자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조합 측은 계약취소는 정부 결정이며 소송 중으로 임의대로 집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크로리버하임' 부정청약 전매 4가구 소송전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불법 브로커가 활개를 친 탓에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불법청약 사후검증 강화로 앞으로 유사 사례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 재개발 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 분양권을 샀던 A씨 등 4명은 조합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해당 분양권이 불법청약을 통해 당첨된 점을 전혀 알지 못했고, 사후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도 국토부의 불법청약 사후검증에서 비롯됐다. 국토부는 2018년 10월 서류위조, 위장전입 등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257건을 적발, 각 지자체에 계약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아크로리버하임을 비롯해 헬리오시티(6건) 보라매SK뷰(11건) 등 시내 주요 단지에서도 같은 방식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아크로리버하임은 당시 입주 한달 전이었다. 내집마련 기대에 부푼 A씨는 조합이 보낸 계약취소 결정문을 받고 아연실색했다. A씨는 "2년 전 아무런 문제 없이 명의 변경을 마쳤고 중도금도 냈는데 갑자기 부정청약 전매자란 이유로 소명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취소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조합은 계약취소가 합법적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이성식 흑석7구역 조합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국토부와 동작구청이 주택법에 따른 계약취소를 촉구하는 공문을 잇따라 총 4번 보냈다"며 "계약자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A씨 등이 불합리하다며 문제해결을 촉구하자, 국토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임을 입증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A씨는 불법청약 분양권을 확인하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로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후 조합 측에 계약유지 공문 등 별다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정청약 계약취소를 규정한 주택법 65조에 별도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없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현재 2심을 진행 중인데 서초구 내곡지구 불법청약 사건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사건은 SH공사가 과거 불법청약 당첨자로부터 주택을 매수한 현 거주자에게 주택법을 근거로 퇴거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소송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피해자들 "소중한 내집 뺏겨", 조합 "세금부담 커"…정부 해결 나서라
A씨는 국토부가 나서 이 일을 매듭짓길 바란다. A씨는 "국토부가 불법청약 분양권 공식발표 전에 꼼꼼한 검증을 거쳐 선의의 피해자는 가려내고 이들은 계약이 유지되도록 구제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조사 실적만 내세웠고 억울하게 내집마련 기회를 박탈당한 피해자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고 했다.

조합도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이 조합장은 "계약 취소된 아파트 5채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종부세만 약 9000만원 냈다"며 "올해부터 법인 종부세율이 6%로 오르면 거의 9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므로 늦어도 6월 이전에는 해결돼야 청산 과정에서 조합원들 재산에 미치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분양권 전매자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재분양을 통해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에 공급하는 게 맞다"며 "일단은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불법청약에 연루된 5채 모두 특별공급분으로 알려졌다.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초 '불법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택을 매수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해당 주택을 계속 소유 및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법개정에 부정적이었던 국토부도 입장을 바꿔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과거 사건 피해자까지 모두 구제하려면 소급입법 형태여야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들도 관련 제도 정비를 촉구한다. 20년 가까이 분양소장을 역임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차 청약서류 검증에서 100% 불법청약을 걸러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불법청약 전매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임을 공식 확인했다면 이들이 산 분양권이나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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