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전략 안먹힌 '박사방 2인자' 강훈 징역 15년

박현주 입력 2021. 1. 21. 14:08 수정 2021. 1. 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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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범 징역 11년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21일 서울중앙지법 506호 소법정 안. 오전 10시에 열린 ‘박사방’ 공범 1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이렇게 밝혔다. 이날 아동˙청소년에게 성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대화명 ‘부따’ 강훈(20)씨는 징역 15년, 공범인 한모(27)씨는 11년을 선고받았다. 녹색 수의를 입은 강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강씨와 한씨에게 모두 5년간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내렸다. 40시간 성폭력 치료와 함께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5년도 명했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은 “필요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며 특히 강씨를 두고선 “죄질이 매우 중하지만 만 19세라는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法 “박사방 범죄단체 맞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조주빈(26)씨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봤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피고인들에 대해 조씨 등과 함께 박사방을 조직해 역할을 나눠 활동했다며 범죄집단조직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박사방은 지휘ㆍ통솔체계가 전무해 범죄조직이라 볼 수 없다고 항변해왔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씨와 강씨가 2019년 9월께 만든 박사방은 특정 다수인을 결합해 체계적으로 관리돼 왔다”며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사방’ 조주빈과 공범 1심 선고 결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직 구성원이 ‘범죄를 통한 이익 분배’ 여부를 인지해야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피고인 측 주장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통된 목적 아래 결합체를 지속해서 구성해온 게 핵심”이라며 “범죄수익 분배 여부는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강씨는 범죄단체를 조직ㆍ활동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박사방에 가입해 활동만 했을 뿐 조직 과정에 가담하지 않은 한씨는 범죄단체 활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강훈 측 ‘피해자 전략’ 안 먹혀
강씨 측의 ‘피해자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강씨 측은 지난해 5월 열린 1차 공판에서 자신 또한 신체 사진과 신상 정보를 빌미로 한 조씨의 협박을 견디다 못해 지시를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인을 ‘박사방의 도구’, ’조주빈의 피해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주빈의 진술에 따르면 강훈은 지인 능욕 피해자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을 위해 조주빈에게 부탁했다”며 “강훈 스스로 이 사건 범죄 집단에 가담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박사방 2인자’로 불린 강씨는 2019년 9월~11월 조씨와 공모해 아동·청소년 7명을 포함한 피해자 18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텔레그램에서 판매·배포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피해자에게 강요·협박을 하거나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속여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범행 자금 중 2600여만원을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씨는 조씨의 지시를 따라 청소년인 피해자를 성폭행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해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과 조씨 모두 항소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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