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 매체 "삼성전자, 인텔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IT 매체 ‘세미애큐리트(SemiAccurate)’는 20일(현지 시각) 삼성전자가 최근 인텔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월 웨이퍼1만5000장 규모로 인텔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든다. 세미애큐리트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이보다 더 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야 승산이 있기 때문에, 인텔이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 맡기는 물량은 GPU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미애큐리트는 반도체 업계에서 공신력이 높거나 영향력이 있는 매체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반도체 시장이 지각변동하는 한 신호일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인텔이 자사 물량을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인텔이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면서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외부 위탁생산을 한다면 삼성전자보다는 TSMC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고 추정해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오스틴팹 외주 계약이 사실이라면 인텔 입장에서는 TSMC의 독점 계약보다는 삼성전자와 함께 공급사를 2곳으로 정하는 듀얼 벤더 활용방안이 주는 장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군데에 물량을 몰아주는 대신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품질과 가격 경쟁까지 붙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눈은 22일 오전(미국 시각 21일 오후 2시) 열리는 인텔 작년 4분기 실적발표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이날 향후 반도체 생산 방안과 위탁생산 관련 소식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