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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카마겟돈' 첫번째 관전포인트는 전고체 배터리

강승태, 반진욱 입력 2021. 01. 21. 16:48 수정 2021. 01. 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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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경쟁의 핵심은 배터리다.” 완성차업계가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왜 많은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에 주목할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전기차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가의 약 50%를 차지하는 배터리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하다. 성장 가능성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1600억달러(약 17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슈퍼 사이클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2025년 1490억달러)을 뛰어넘는 규모다.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단연 전기차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한국 ‘빅3’ 기업이 모두 5위권에 포진된 가운데 중국, 일본 기업이 가세하는 이른바 한·중·일 경쟁 구도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에서도 호시탐탐 배터리 시장을 노린다. 전기차 시장 패권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쟁점별로 살펴본다.

관전 포인트 1배터리 흑자전환

▶LG·삼성·SK 올해부터 돈 번다?

전기차 시장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돈을 벌어야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흑자전환이 필수. 그런 점에서 올해는 전기차 배터리업계 입장에서 남다르게 다가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업계는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올해부터 ‘연간 흑자 시대’에 본격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72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 아직 4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 중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포함한 중대형 전지 실적이 상승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3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 당시 삼성SDI 측은 “전기차 배터리는 손익분기점을 거의 맞췄다”며 “2021년 흑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 LG그룹은 1994년부터 꾸준히 배터리 사업에 투자했다. 올해부터 그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양사가 올해 1조원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4분기 손실 규모가 약 1000억원 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때문일까. 올 들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관전 포인트 2완성차업계 반격

▶반도체처럼 팹리스-파운드리 구조로?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실적 개선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전기차 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는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전기차를 만드는 일부 완성차업체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BMW, 폭스바겐, GM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업체들이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독자적으로 배터리 생산에 나서거나 배터리업체와 합작사를 만들기도 한다.

테슬라는 독자 배터리 개발·생산을 목표로 하는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테슬라는 미국 프리먼트 공장 인근에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국 쓰촨야화인더스트리얼그룹과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5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와 별도로 파나소닉과 조인트벤처(JV)를 운영한다.

BMW는 독일 뮌헨에 ‘배터리 센터’를 열었다. 2022년 가동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중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귀쉬안의 일부 지분을 매입했다. 배터리 인력도 대거 영입 중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를 세웠다.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발과 생산을 분리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테슬라나 BMW 등이 배터리를 설계하고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하는 방식이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고 대만 TSMC나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반도체업계의 ‘팹리스-파운드리’ 구조가 전기차 배터리업계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전 포인트 3유럽 vs 아시아

▶EU, 2025년까지 배터리 자립 선언

2019년 노벨화학상 시상식에서는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오스틴대 교수, 스탠리 휘팅엄 뉴욕주립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박사가 공동 수상했다. 수상 배경은 지난 5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발전시킨 공로다.

수상에 담긴 숨은 의미가 있다. 서구 사회가 비로소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배터리 시장은 지금까지 한·중·일 3국 주도로 진행됐다. 유럽, 미국 자동차 기업은 아시아 기업이 만든 배터리를 주로 썼다. 이전만 해도 선진국에서는 배터리에 대해 ‘개발도상국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89%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에 집중돼 있다. 아시아 주요 배터리 생산 기업들이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유럽 등에서 서둘러 기술 개발과 양산 시설 확보에 나섰다. 특히 유럽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중일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은 2017년 ‘유럽 배터리연합(EBA)’을 설립했다. EBA 설립 목적은 유럽 내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다. 2025년까지 유럽 내 자급 가능한 수준으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1월 열린 EU 배터리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세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EU가 2025년 유럽 자동차 산업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맞추는 데 충분한 전지 셀을 생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기업도 하나둘씩 등장한다. 폭스바겐과 손잡은 스웨덴 노스볼트는 이미 배터리 시장에서 유명하다. 독일 바르타, 영국 브리티시볼트, 프랑스 베르코어 등도 떠오르는 기업이다.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 경쟁 ‘관전 포인트 5가지’

관전 포인트 4뭉쳐야 산다

▶점점 더 활발해지는 합종연횡

전기차 대전을 함께할 우군을 찾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기차는 차량·엔진뿐 아니라 인공지능, 자율주행,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이 집약된 산업이다. 기존 완성차업체나 IT 기업이 단독으로 전기차 개발에 나서기 힘들다. 완성차·IT·부품사 등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서로 협력하는 이유다.

합종연횡 신호탄을 쏜 국가는 중국이다. 자국 회사끼리 뭉치며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거대 IT 기업 바이두는 중국 자동차업체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했다. 양대 인터넷 공룡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와 샤오펑에 투자함으로써 주주가 됐다.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비야디(BYD)와 협업해 밴(VAN) 형태 전기차를 공개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IT 회사 발걸음은 덩달아 빨라졌다. 애플은 차량 생산을 위한 협력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또 다른 IT 공룡 아마존은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하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첫 자율주행 전기차량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LG전자 행보가 눈에 띈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힘을 합쳤다.

또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회사와도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은 CES 2021에서 열린 LG미래기술대담 행사를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속도로 변하는 뉴노멀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자와도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시장 선점을 둘러싼 이합집산 역시 활발하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은 중국을 벗어나 일본 토요타와 제휴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와 ‘K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배터리 3사는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관전 포인트 5전고체 배터리 경쟁

▶전기차 시장 좌지우지할 게임 체인저

전기차 시장 최대 관전 포인트는 누가 미래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느냐다. 현재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래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순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고 내다본다.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는 음극재 소재로 실리콘을 사용한다. 현재 음극재 주요 소재는 흑연이다. 실리콘을 사용하면 흑연을 사용했을 때보다 전기 수용 용량이 10배가량 늘어난다. 전고체 배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다. 내부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꿔 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최대 1000㎞까지 늘릴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일본 완성차 제조사 토요타자동차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토요타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1회 완전 충전에 단 10분이 소요된다. 1회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다. 토요타는 몇 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트렌드는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퀀텀스케이프는 15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퀀텀스케이프는 폭스바겐 투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바겐은 2025년이면 퀀텀스케이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돋보인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SDI는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8~2030년께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내 기업 전고체 배터리 개발 능력이 해외 선진업체와 비교해 2~3년 늦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 이미 관련 특허 부문은 일본이나 미국이 상당히 앞서고 있다. 유럽 특허청(EPO)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국제 특허 국가별 비중은 일본이 5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18%)에 이어 한국은 3위(12%)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배터리 3사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래 기술은 오히려 뒤지고 있는 셈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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