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법 반대하던 기재부, 총리 질책에 하루만에 말바꿔
丁총리 "개혁에 저항해선 안돼"
보상비용 재원 고려없이 퍼주기
막대한 재정지출에 추경 불가피
◆ 이익공유제·손실보상법 논란 ◆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총리가 지시한대로 국회 논의 준비를 충실히 해야 한다"며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 국회 논의 과정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손실 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 손실 보상 제도화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 총리는 전날 저녁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손실 보상 법제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 데 대해 "정부 일각에서 그걸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세력도 있고, 저항세력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 작업이 본격화됐지만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재원 확보 문제가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덕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 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에는 행정 조치 수준에 따라 자영업자의 전년 동기 매출액과 비교해 차액의 50~70%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손실 보상 비용은 월 24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방역 조치 기간을 4개월로 잡아도 100조원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도 지난 15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과 임차료에 대해 집합금지업종은 전액을 지급하고, 영업제한업종은 20%를 지급하는 방안으로, 월 기준 1조237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정부의 방역 조치 한 번에 최소 수조 원 재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손실 보상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결국 추경 편성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여 재정적 문제와 손실 보상 기준 마련 등 현실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손실 보상을 법제화할 경우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 등 손실을 산정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비용 추계도 어려워 법제화에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라며 "신속성이 필요한 손실 보상 특성상 법제화가 아닌 다른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손실 근거를 법제화하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난무하고 기준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으로 막는 영업 제한은 법으로 보상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치권 논의를 반기고 있다. 정 총리 발언과 기재부 입장 등을 고려하면 정치권 주장과 같이 매출 대비 보상 비율을 규정하는 형태까지는 아니고, 영업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만이 있을 뿐 손실 보상 규정은 없는 '입법부작위' 문제를 손질하는 정도의 법 개정에 무게가 실린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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