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발바닥에 화상 입히는 그것..폭설 뒤 지뢰 염화칼슘
"강아지 산책시킬 때 염화칼슘 때문에 지뢰밭 다니는 기분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26)씨는 "강아지 발이 다칠 것 같아 산책용 양말이나 신발을 사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폭설에 대응해 뿌린 제설제가 길에 그대로 남았고 제설제의 주요 성분인 염화칼슘이 반려견 발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 등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애견 인터넷 카페에는 "강아지 산책 시 염화칼슘 조심해라", "저희 애(강아지) 데리고 며칠 전에 나갔다가 염화칼슘 있을 땐 안고 다녔는데, 방심한 사이에 밟았는지 길에 앉아버리더라. 집에 와서 보니 발바닥 다 까지고 피도 났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 17일 밤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최대 15cm 이상의 폭설이 예보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설 비상근무 2단계를 가동했고, 1070여 대의 제설 차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적설량은 1cm 안팎에 그치면서 길에 남은 제설제가 반려견에게 '도로 위 지뢰밭'이 됐다.
이웅용 키움애견센터 소장은 "염화칼슘은 반려견에 화상, 습진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발가락 사이에 염화칼슘이 끼면 피부가 갈라질 수도 있다"며 "눈길에 산책하면서 강아지들이 다리를 살짝살짝 드는 행동은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화칼슘은 포장도로도 부식시킬 정도로 강한 화학성분으로 반려견이 이를 먹게 되면 배탈, 구토, 설사, 탈수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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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은 구조물 및 환경도 파괴해
염화칼슘은 시설물, 차량, 건물 등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도로교통연구원)의 '염화물이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 융빙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염화칼슘(염화물계 제설제)은 콘크리트의 표면 부식은 물론 내부 철근에까지 침투해 구조물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
가로수도 피해를 본다. 국립수목원은 염화칼슘 사용 시 토양에 고농도의 염류를 쌓이게 해 토양의 알칼리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알칼리화된 토양에서는 나무가 뿌리로부터 수분과 양분을 흡수할 수 없어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일찍 떨어지고, 잎과 가지의 일부가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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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제설제, 해결은
염화칼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도로 위에 남아있는 제설제를 빨리 치우거나 친환경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예고됐던 적설량보다 눈이 적게 내려 제설제가 길가에 남아 있으면 이를 따로 치우거나 담당하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도로 위에 남아있는 제설제를 별도로 회수하지 않는다"며 "환경미화원이 치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화칼슘의 대안으로 지목된 친환경 제설제 사용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는 전체 제설제의 약 20% 정도 쓰고 있고, 이 비율을 점점 확대해가는 추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침서상 기온과 적설량, 강설량에 따라 제설제를 뿌리는 양에 대한 기준이 있다"며 "적설 예보에 따라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눈이 그만큼 안 온 곳은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친환경 제설제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가격과 성능 때문이다. 도로교통연구원 환경연구실 관계자는 "친환경 제설제는 가격이 비싼 문제가 있다"며 "순수한 비염화물계 제설제는 일반 제설제보다 30배가량 비싸다. 혼합 제설제는 (일반 제설제보다) 5~7배 더 비싼데 성능도 기존 제설제와 비교하면 떨어지고 지속성도 부족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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