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노예해방 연설 차용 "통합 위해 내 모든 영혼 걸겠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정유진 기자 2021. 1. 21. 21: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임사 주요 내용

[경향신문]

‘민주주의’ 11번, ‘통합’ 8번…“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트럼프 겨냥 “사실이 조작되고 만들어지는 문화 거부”
“신뢰받는 파트너” 약속하며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관통한 메시지는 민주주의와 통합이었다. 불과 2주 전 의회 난입 사태가 일어났던 바로 그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두 단어를 각각 11번, 8번씩 반복하며 민주주의의 회복과 화해를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국가적 분열 속에 취임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연설의 대부분을 미국 사회의 통합을 강조하는 데 할애한 것이다. 그는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싸우겠다”면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늘은 미국의 날이고, 민주주의의 날”이라는 선언과 함께 20분 남짓 이어진 취임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의 역사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보다 큰 도전과 고난의 시절은 거의 없었다”고 현실을 진단하고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 인종 불평등, 기후위기 등의 문제를 열거했다. 그는 또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하나같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심각해진 미국 사회의 병폐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난제들을 풀 수 있는 해법을 통합에서 찾았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 당시 “나의 모든 영혼을 여기에 담는다”고 했던 연설 일부를 인용하면서 “미국을 다시 통합시키는 데 내 모든 영혼을 걸겠다”고 말했다. 또 “통합으로 우리는 위대하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통합이 없으면 평화도, 진보도, 나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미국인들을 향해서도 “당신이 여전히 나에게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면서 “여러분에게 약속한다.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 시골과 도시,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이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에서는 함께라는 표현도 7번 반복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설 대부분이 트럼프 정부 지우기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에 관한 미국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를 간접 비판했다. “우리는 사실이 조작되거나 심지어 만들어지는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불복과 부정선거 주장을 겨냥했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란 표현을 가장 많이 언급한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으로 기후위기, 인종차별 등을 꼽은 것에 주목하면서 “그가 좀 더 당내 진보적인 쪽으로 움직이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연설의 대부분이 국내 문제에 집중됐지만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그는 “미국은 시험을 거쳤고 더 강해졌다”면서 “우리는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가 되는 힘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며 “평화와 진보 그리고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구호로 한 고립주의와 결별하고 힘을 앞세우는 대신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부터 “미국이 돌아왔다”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트럼프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예고해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