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그 이상' 해리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다음 대선 후보로 유력시
'여야 동수' 상원 의장 맡아
결정적 한 표 행사할 수도
[경향신문]
카멀라 해리스(56)는 미국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최초의 여성, 흑인, 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도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석을 ‘50 대 50’으로 나눠가진 상원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상원의장직도 겸하게 됐다.
20일(현지시간) 해리스는 보라색 옷을 입고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대법관의 안내에 따라 취임선서를 했다. 이 모든 장면이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라색 옷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는 색깔이고, 해리스가 직접 자신의 선서를 이끌어줄 사람으로 선택한 소토마요르는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이다. 취임선서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며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어떤 여성도 어떤 유색인종도 깨지 못했던 장벽을 오늘 해리스가 깼다”고 전했다. 바버라 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에 “그는 모든 정책과 국정문제에 인종평등과 정의의 렌즈를 가지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통령이자 상원의장으로서의 정치적 역할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해리스 부통령은 의정활동 경험은 적지만, 지방 검찰총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과 서로 보완되는 경력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볼 때 해리스는 전임자들보다 더 빠르게 대선 주자로서 가능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댄 파이퍼 오바마 전 대통령 선임고문의 말을 전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권력의 얼굴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한 동수를 이루고 있는 상원을 이끌게 된다.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주요 법안이 통과되려면 보통 60표를 얻어야 하지만, 중요한 순간 해리스 부통령이 ‘결정적인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코로나19 부양법안, 장관 인준 투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투표 등 까다로운 문제들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의 시장들과 접촉해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경기부양법안을 설득해왔고, 최근 몇 주 동안 상원의원들과 장관 지명자 인준 문제를 논의하는 등 상원의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상원의장으로서 첫 임무로 조지아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신입 상원의원 3명 선서식을 이끌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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