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택배 대란 피했지만..남아 있는 불씨는?

허효진 2021. 1. 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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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3억 개.

작년 한 해 배송된 택배상자 숫잡니다.

1년 새 20% 가까이 늘었는데, 한 해 동안 국민 한 사람이 예순세 번 택배를 이용한 셈입니다.

그만큼 택배노동자의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겠죠.

이 때문에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택배노사가, 오늘(21일) 새벽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택배 분류작업이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었는데, 이번 합의에선 회사의 몫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택배기사가 분류할 경우엔 대가를 지급해야 하고, 일하는 시간은 주당 최대 60시간, 하루 1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밤 9시 이후 심야배송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6월까지 이런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가 마련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택배회사의 비용은 늘고, 택배 노동자의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거쳐 택배요금을 현실화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이번 합의로 우려했던 설연휴 택배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는데, 관건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느냡니다.

허효진 기자가 남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당장 합의문 이행의 첫 시험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 특수기간입니다.

합의문에는 택배기사가 적정 업무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택배회사가 즉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택배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설 특수기 물량 증가에 대비해서 차량과 현장 인력을 확보하고 현재 논의 중인 현장 인력에 대한 조기 투입에 대해서도 검토해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분류작업의 책임은 택배회사가 지는 걸로 일단락됐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부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 "(분류작업을) 택배사업주의 책임으로 보완했지만 여전히 택배기사에게 전가할 수 있는 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비용입니다.

현재 택배비는 소비자가 2,500원을 내면 쇼핑몰에 600원 정도를 떼주고, 나머지를 택배회사와 대리점, 기사가 나누는 구좁니다.

그러나 합의대로라면 택배회사는 분류 비용이 늘고, 택배기사는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수입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는 강제력 없는 사회적 합의만으로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성희/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 : "제도라는 형식의 우회로인 사회적 합의 형식이 사용되는 것은 지속력을 가지느냐, 의무성을 가지느냐 이런 문제에 있어서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해법은 택배요금 인상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우선 실태조사를 한 뒤 인상액을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택배비 인상에 얼마나 공감해 줄지가 남아 있는 변숩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다음 달부터 후속 논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민창호/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진수아

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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