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노동 달라진 게 없다..이번엔 지켜질까"
[앵커]
사실 택배사들이 분류작업과 심야배송 개선을 약속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약속을 했지만, 그 뒤로도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은 사실상 바뀐 게 없습니다.
오늘(21일)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인데요.
아직도 하루 17시간을 일해야하는 택배노동자의 하루를 양예빈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각.
택배기사 임현우 씨의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임현우/택배기사 : "제가 오지, 읍면동을 먼저 하기 때문에 그게 한 120개 정도 배송하고, 지금 아파트가 180개 정도 남았습니다."]
아침 7시 출근해 직접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에 배송을 시작하면, 이렇게 밤 12시까지 꼬박 17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계속 12시 넘어서까지, 가서 씻고 정리하고 하다 보면 그때 가서 이제 저녁을 먹습니다. (새벽) 2시, 이때쯤 잠을 청하죠."]
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에 택배사들이 앞다퉈 대책을 발표한 게 벌써 석 달 전.
기대가 컸던 '분류인력 투입' 약속은 실망감만 안겨줬습니다.
["(분류인력을) 천 명 투입한다고 했는데 제가 파악한 바로는 거의 없습니다. 사측에서는 200~300명 투입됐다고 얘기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량이 부쩍 늘면서 '심야배송 중단' 약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장시간 노동의 굴레, 임 씨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가족들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같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을 하고부터는 한 번도 그렇게 못 했어요."]
이번 합의로 임 씨는 다시 희망을 품어 봅니다.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이 아닌가.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약속이 파업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노사정의 시행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양예빈 기자 (yea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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