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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초대 공수처장의 약속

송은아 입력 2021. 01. 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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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 카르타·몽테스키외·흠흠신서.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단어들이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치러지기까지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도 전에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자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을 고치면서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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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 카르타·몽테스키외·흠흠신서.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단어들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익숙했던 다른 청문회와 달리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의 도덕성을 흠집내거나 비위 의혹을 다그치는 모습이 적었다.

대신 가장 많이 들린 말은 ‘공정성·중립성·독립성’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공수처가 ‘권력자의 칼’이나 ‘옥상옥’ 기관이 되지 않을지 전방위로 따졌다. 김 처장도 헌법 정신부터 몽테스키외의 고전적 3권분립론까지 언급하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일축하려 애썼다. 공수처를 두고 검경 같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릴지, 아니면 ‘정권 친위대’란 오명을 뒤집어쓸지 기대와 우려가 엄청나다는 방증이다. 김 처장의 이날 모두발언대로 공수처 출범은 ‘헌정사적 사건’이다.
송은아 사회부 차장
공수처 출범은 1996년 참여연대가 입법 청원한 때로부터 2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9년 만이다.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서 법제화를 추진할 때는 검찰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검찰의 강한 저항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2004년 부패방지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공수처법에는 기소권조차 없었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가 완강했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퇴임을 10여일 앞둔 2005년 3월 “공직자 비리는 기구 하나 만든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결국 공수처법 처리가 무산됐고, 2006년 법조 비리가 불거지면서 다시 추진됐지만 불발로 끝났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치러지기까지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도 전에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자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을 고치면서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가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싹 거둬들이지 않겠느냐’, ‘친여 성향의 민변 출신 변호사들로 채워지고 여권의 눈엣가시인 인사를 정조준할 게 뻔하다’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청문회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신중하게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수처 1호 수사 대상’ 관련이나 공수처 2인자로 사실상 수사를 지휘할 차장으로 염두에 둔 인사 등에 대한 질문에도 속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는 대신 나름의 공수처 운영 구상을 소개했다. 조직이 크지 않은 공수처가 수사 대상을 고를 때 편향되지 않도록 영국 중대부정수사처를 참고하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 검사의 기소를 심의할 견제장치도 제시했다. 또 검경 수사 사건을 이첩 받을 때는 협의와 신뢰에 기반하겠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이의제기권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위임 받은 권력인 만큼 성찰하면서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후보자 타이틀을 떼고 21일 취임한 김 처장이 약속을 지킬지 두 눈 부릅뜨고 보는 국민이 많다.

송은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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