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사소한 디테일'이란 없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건축상을 많이 받고 TV에 자주 출연하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에 살면 행복하고 편안할까.
요앞의 건축가들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 주택가 골목 모퉁이에 완공한 다세대주택 '구름집'은 그런 문제의식을 견지한 디테일을 품은 건물이다.
요앞의 건축가들은 그곳에서도 작은 디테일을 차곡차곡 쌓아 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남 신사역 인근 주택가 건물.. 평범한 외관속 세심함 숨어있어
빗물-가스배관 뒤로 감춰
“문손잡이 모양을 어떻게 할지, 잠금장치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위치에 설치할지, 보일러 연통과 빗물 배관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깔끔하고 효율적일지, 그런 자잘한 디테일을 매번 오래 붙들고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따금 ‘건축가는 주변 공간의 흐름을 폭넓게 해석해야 하는데 건물 안쪽의 국소적인 작업에 너무 치중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김)
건축가는 과연 꼭 그래야 할까. 건축교양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도시의 시공을 관통하는 땅의 맥락’ 같은 건 사실 복닥복닥한 일상과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날마다 손으로 잡아 돌리고 미는 문손잡이 모양이 이상하거나 열쇠구멍 위치가 어색하면 생활이 확실히 불편해진다. 연통 설비가 꼼꼼히 마무리되지 않은 건물은 입주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공간에 머무는 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소한 요소들이 건축 담론의 장에서 하찮게 치부될 까닭이 없는 것. 요앞의 건축가들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 주택가 골목 모퉁이에 완공한 다세대주택 ‘구름집’은 그런 문제의식을 견지한 디테일을 품은 건물이다.
외관엔 특출한 구석이 없다. 이웃 건물의 채광을 위해 사선으로 깎은 상층부 등 익숙한 형태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40대인 건축주는 4, 5층에 모친과 누이들, 아내와 자녀가 함께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고 1∼3층에 임대공간을 두길 원했다. 10분 정도 뜯어보고 나니 ‘굳이 이런 부분에까지 품을 들였네’ 싶은 요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대체로 전면부에 덩그러니 드러나는 빗물 배관과 가스관들을 뒤편 골목 쪽 외벽으로 모아 건물의 얼굴을 말끔하게 정돈했다. 아치 모양으로 둥글리고 안쪽을 따뜻한 핑크색으로 칠해 포인트를 둔 연통창을 보니 ‘그냥 다른 건물 다 하는 것처럼 무난하게 작업하기 원하는 시공업체를 설득하느라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든다. 슬래브와의 연결부를 아치형으로 둥글린 주차장 기둥은 사용자를 은근히 편안하게 만들어줄 디테일이다.
“디자인이라는 게 ‘굳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냥 둬도 무방하겠지만 조금만 번거롭게 수고하면 편리함과 시각적 만족감을 확실히 더할 수 있는 것. 그런 선택을 건축가가 했는지 안 했는지 건축주는 모르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이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류)
이들은 최근 경기 평택시 개발지에도 4층 높이 임대주택을 설계했다. 주변 건물이 없는 텅 빈 땅에서 ‘도시 맥락을 살핀 건축적 장소성’이란 말은 공허했다. 요앞의 건축가들은 그곳에서도 작은 디테일을 차곡차곡 쌓아 이었다. “어디 두어도 온전해 보이는, 홀로 넉넉히 완결된 공간”을 만들고 싶으므로.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성 김 전 주한 美대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 복귀
- 바이든 “동맹 복원, 전세계 이끌겠다”
- 신규확진 346명, 60일만에 최저…지역발생 314명
- [단독]檢, 백운규 내주 출석 통보… 원전 수사, 윗선으로
- [단독]“5cm이상 눈” 기상청 통보에도… 서울시는 “1~4cm” 전파
- “日 정부, 도쿄 올림픽 취소하기로 내부 결론 내렸다”
- 생후 47일 영아 두개골 골절로 숨져…부모 “술 취해 기억안나”
- 가스배관 타고 혼자 사는 여성 집 12차례 들락날락
- 丁총리, 안철수·오세훈 직격 “자영업자 불안 선거에 이용”
- [이기홍 칼럼]집수리 맡겼더니 기둥 다 부수려 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