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평생 연락할 수 있는 지구촌 친구 만들어줬어요"

이준우 기자 2021. 1.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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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우리 아이 첫 기부] 3대에 걸쳐 해외 결연 중인 황신혜씨

“아이가 돌이 좀 지났을 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까, 주식을 사줄까 고민해봤지만 결론은 ‘가장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자’였어요.”

황신혜(35)씨 부부와 딸 우한나(5)양. 황씨는“해외 아동 결연 기부를 또 시작할 예정”이라며“둘째에게도 친구를 만들어 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황신혜씨 제공

서울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황신혜(35)씨는 2018년 1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두 살배기 딸 한나 이름으로 월 3만원씩 해외 아동 결연을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 얼굴을 마주 보고 살지는 않더라도 한나와 평생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황씨는 어느 나라의 아이와 친구를 맺어줄까 고민하다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 생각났다. 한나가 태어난 2016년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본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려 기부가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지 못해요.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는 거야’라고 알려주면 아이가 ‘누군 잘살고, 누군 못살고’ 이런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자세한 얘기는 해주지 않았어요. 단지 ‘아프리카에 한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어’라고 말해줬지요.”

3대가 모인 황씨 가족의 모습.

그런데 사실 황씨가 해외 아동 결연 기부를 결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남과 나누자는 생각은 아버지부터 이어져 온 집안 내력이기도 했다. “10년 전쯤 부모님, 동생들과 함께 전주 한옥 마을로 놀러갔었어요. 배가 고파 비빔밥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식당 앞에 해외 아동에 대한 후원 신청을 받는 부스가 있더라고요. 갑자기 아버지가 ‘너희들 먼저 식당에 들어가 있어’ 하시더니 무언가를 막 쓰시는 거예요.” 아버지가 작성한 것은 막냇동생 이름으로 된 정기 후원 신청서였다. 식당에 들어온 아버지는 별다른 말없이 “인청아(막냇동생), 너 이제 친구 생겼다”고만 했다고 한다.

황씨 자신도 2012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해외 아동 결연 기부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업차 6개월 정도 앙골라에 다녀왔는데 ‘그곳 아이들 눈빛이 너무 순수해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문득 나도 그곳 아이들을 돕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황씨와 친구가 된 아이는 우간다의 셀리 나브위레(당시 6세)였다. 황씨와 셀리는 1년에 3~4통씩 편지를 주고받았다. 3년 전 셀리의 생일엔 황씨가 5만원을 생일축하금으로 보내줬다. 셀리는 “이모 덕분에 염소를 살 수 있었다”며 염소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셀리가 염소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내줘 너무 기뻤는데 몇 달 후엔 ‘어머니가 갑자기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편지가 왔어요. 저도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어린아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황씨의 딸 한나와 편지를 주고받는 음발루(8)의 답장.

이제 다섯 살이 된 한나와 편지를 주고받는 시에라리온의 친구는 한나보다 세 살 언니인 음발루 마르타 만사라이(8)다. 음발루는 아직 영어를 쓰지 못한다. 시에라리온에서 날아온 편지엔 현지 재단 관계자가 음발루의 말을 영어로 번역해 써준 글과 음발루가 그린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얼마 전 음발루 편지에 담긴 집 그림을 보고 한나가 ‘나도 음발루 언니처럼 예쁜 집에 살고 싶어. 언니는 무슨 색깔을 좋아할까?’ 그러더라고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또 한번은 세계 지도에서 시에라리온을 찍어주며 ‘음발루 언니가 여기 살고 있대’라고 알려주니 ‘빨리 만나고 싶어. 얼른 차 타고 가자’고 하더라고요.”

황씨는 조만간 아이들 이름으로 해외 아동 결연 기부를 또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한나의 동생 ‘행콩이’(태명·행복한 콩콩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직 출생신고도 하기 전이지만 황씨는 행콩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행콩이가 아들이라 이번엔 남자아이와 결연을 맺어줄 생각이에요. 저와 한나, 행콩이가 실제로 아프리카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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