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해결사’라더니 악마였다… 10대 여학생 11명 성착취

춘천/정성원 기자 2021. 1.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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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여학생 앞세워 피해자 유인… 신체영상 찍고 협박한 40대 남성… 고법, 1심보다 높은 징역 20년형

‘일진’ 여학생을 앞세워 여자 중고생 10여 명을 협박해 60여 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건설 하청 업체 직원인 이 남성은 ‘일진 뒤를 봐 주는 무서운 삼촌’으로 행세하며 학교 폭력 피해자 등 힘없는 여학생을 상대로 성 착취를 일삼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박재우)는 21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10년간 신상 정보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한 건설 하청 업체 직원 A씨는 2018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강원도 한 중학교에 다니는 여중생 B(17)양을 알게 됐다. A씨는 B양에게 용돈을 건네고 밥과 담배를 사주며 환심을 샀다. 두 사람은 삼촌과 조카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B양은 학교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학생이었다. 주변 학생들이 B양에게 벌벌 떠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2019년 가을 무렵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B양 등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들을 먹잇감으로 골랐다. B양을 시켜 자신이 있는 장소로 불러내 협박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내가 B와 친하다. 학교 폭력을 막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학폭 해결사’를 자처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와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며 본심을 드러냈다.

거부하는 학생들에겐 “걔들(일진)에게 찍히면 학교 생활 못 한다” “너희 부모님도 매장시킬 수 있다”고 협박했다. “나는 사채를 하는 사람이다” “배신한 만큼 갚아주겠다”는 말에 겁먹은 학생들을 상대로 성 착취를 일삼았다. 지난해 3월까지 7개월간 A씨에게 성폭행당한 학생은 총 11명. 13살짜리 중학교 1학년 여학생도 있었다. A씨는 성폭행당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한 학생들을 ‘일진’ 학생을 동원해 다시 찾아내 범행을 반복했다.

A씨는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신고하거나 고소하지 못하도록 여학생들의 얼굴이나 신체 주요 부위가 나오는 음란물을 찍었다. A씨는 “강제로 성관계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 촬영이 아니다”라며 피해자 동의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끔찍한 장면이 찍힌 피해 학생 6명은 누군가 이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B양은 A씨가 자신의 학교 친구들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했고, 오히려 친구들을 거짓으로 협박해 A씨와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11명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62회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점을 미뤄볼 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은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면서 “A씨가 피해 회복 조치를 하거나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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