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가부채비율 266%.. 거품경제 꺼지며 늘기 시작, 무상복지 퍼주기로 눈덩이

남민우 기자 2021. 1.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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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쩌다 '빚의 나라'가 됐나

‘고교 무상 교육, 75세 이상 노인 무상 의료, 고속도로 통행 무료화, 유류세 폐지.’

2009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이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강행한 정책들이다. 각각의 공약에만 수조엔의 돈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재원(財源) 마련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정권을 교체하면 돈은 나온다”며 “재무성(한국의 기획재정부)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고 했다. 관료들에게 책임을 넘긴 것이다. 그러자 재무상(장관)을 맡은 후지이 히로히사가 “(민주당의) 공약을 실천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의 의미가 없다”며 밀어붙였다. 이렇게 2009년 일본의 예산 규모는 사상 최초로 100조엔(약 1064조원)을 돌파했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부터 국가 부채가 급증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경기 활성화’ ‘무상 복지’ 등 각종 정치적 이유를 명목으로 대규모 SOC(사회기반시설) 건설과 무상 복지 사업을 일으켜 막대한 세금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권이 관료 인사에 적극 개입, 관료와 정치권 간의 견제 관계가 무너졌다. 이런 식으로 1991년 38%였던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00년 100%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200%를 돌파했다. 지난해엔 이 비율이 266%까지 치솟았다.

민주당의 뒤를 이은 아베 정권은 아예 “윤전기로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은 적자 예산을 벌충할 만큼 경기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재정 적자가 만성화해 원금 상환은커녕 빚을 내 이자를 갚는 상황이 이어졌고, 국가 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난해 일본의 국채 이자 비용은 23조4000억엔(249조원)에 달했다. 한국 1년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역시 정권이 바뀌며 정부가 막대한 재정 투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2020년 말 기준 970조엔(1321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으며 또다시 막대한 빚을 져 올해 말엔 1000조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세수 확보 수단으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만, 부채를 줄일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다. 소비세는 지난 1989년 3%의 세율로 처음 도입돼 1997년 5%로 인상됐다. 아베 정권은 이를 8%로 올리고 지난해 10%로 거듭 인상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지난해 말부터 소비세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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