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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짝 판 이익보다 남은 한짝 재고로 인한 손해가 더 크죠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신영 기자 입력 2021. 01. 22. 03:09 수정 2021. 11. 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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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장갑은 왜 한짝만 안 팔까

장갑의 계절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장갑 한 짝 때문에 많은 사람이 울분을 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못 쓰게 된 한 짝을 보며 “장갑은 왜 한 짝씩은 안 팔까” 하고 의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면 양말이나 귀고리 등도 마찬가지다.

항상 짝을 이뤄 팔고 낱개로는 팔지 않는다.

NBA(미국프로농구)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2017년 말 정규 리그 경기에 신고 나와 화제가 됐던 나이키 농구화. 오른발은 검은색, 왼발은 흰색으로 색상이 각기 다른‘짝짝이’다. 신발 뒤편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은‘평등(Equality)’이라는 금색 자수가 똑같이 새겨져 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장갑 장수의 탐욕 때문일까. 한 켤레에 1만원 하는 장갑을 팔 때 1000원 이득을 본다고 하자. 그럴 경우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한 짝을 5000원에 팔면 이윤은 500원으로 줄어든다. 이 사람이 장갑 한 켤레를 다시 사게 만들면 1000원을 더 벌 수 있는데 말이다. 장갑 장수는 한 짝만 필요한 사람에게 한 켤레를 사도록 강요함으로써 500원 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장갑 장수는 한 짝만 팔되 6000원을 받으면 되지 않는가. 소비자 처지에선 1만원을 내고 한 켤레를 사느니 6000원을 내고 한 짝을 사는 편이 이득일 수 있으므로 이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 장갑 상인은 이윤을 오히려 1500원으로 높일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왜 장갑을 낱개로 팔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더 흥미로워진다.

경제학자 눈으로 보기에 가장 그럴싸한 답은 ‘규모의 경제’와 연관된다. 만일 디자인이 같은 장갑을 하루에 수백 켤레 파는 상인이 있다면, 한 짝을 조금 비싸게 받으며 파는 것이 이문을 늘리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장갑 상인은 대부분 다양한 디자인의 장갑을 소량씩 구비해 놓고 팔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한다며 ‘낱개 장갑’을 파는 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오른쪽 장갑만 팔고 나면 왼쪽 장갑이 남는데 그 디자인의 왼쪽 장갑을 잃어버린 손님이 자기 매장을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면 장갑 상인은 팔리지 못한, 한 짝짜리 장갑 재고의 손해를 짊어져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장갑을 자주 잃어버리는 소비자가 자구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앞뒤 구분 없는 같은 종류의 장갑을 여러 켤레 장만하는 것이다. 실제로 장갑을 살 때 무조건 두 켤레 이상을 사는 이가 세상엔 적지 않다. 한 철만 쓰고 눈에 잘 띄는 장갑과 달리 사시사철 신는 양말, 특히 눈에 잘 안 띌수록 좋은 짙은 색 양말 등은 묶음으로 파는 경우도 종종 본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묶음 양말’ 인기 순위 1~10위 중 8개는 디자인이 같은 양말 묶음이다.

장갑을 잃어버렸을 때 좀 창의적인 해결책도 가능하다. 요즘 일부 패셔니스타들처럼 과감하게 짝짝이 장갑을 끼는 것이다. 미국 NBA 선수 중엔 르브론 제임스처럼, 색이 다른 농구화를 즐겨 신는 이가 적지 않다. 장갑쯤이야 못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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