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부엉이 내각’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1. 1. 22. 03:18 수정 2024. 3. 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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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20~70㎝ 크기의 올빼밋과 새다. 올빼미보단 눈이 크고 머리 위에 귀 모양의 깃이 있다. 야행성이라 낮에 잘 보지 못하며 날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바위산·절벽 등에 보금자리를 짓고 토끼·꿩·쥐·개구리·뱀 등을 잡아먹고 산다. 고양이 얼굴을 닮아 묘두응(猫頭鷹)이라고도 불린다. 가장 큰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다.

▶동양에서 부엉이는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조(不孝鳥), 흉조(凶鳥)로 여겨졌다. 한밤에 우는 부엉이 소리는 죽음을 의미했다. 부엉이가 울면 상(喪)을 당한다고 했다. 시경(詩經)에 ‘치효(鴟鴞·올빼미 또는 부엉이)’라는 노래가 있다. ‘올빼미야 올빼미야/ 내 자식을 잡아먹었거든/ 내 둥우리는 헐지 마라.’ 조선 영조는 당쟁 속에 스스로 자식 사도세자를 죽인 것에 대해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슬픔과 억울함을 비밀스럽게 남긴 글이 금등지사(金縢之詞)다. 어리석어 이해타산이 분명하지 못한 것을 부엉이셈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는 항상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날아오른다’고 말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모든 일이 끝난 저녁에야 지혜로운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칼 마르크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 대신 ‘갈리아의 수탉’을 주장했다. 새벽 울음소리로 세상을 깨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남 김해 봉화산에는 30m 높이의 ‘부엉이 바위’가 있다. 바위 틈에 부엉이 떼가 살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투신했다. 이후 여러 사람이 투신하는 바람에 ‘자살 바위’로도 불렸다. 지금은 장벽을 쳐 일반인 접근을 막고 있다.

▶2017년 민주당에 ‘부엉이 모임’이 생겼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었다. ‘노무현의 부엉이 바위 죽음을 잊지 말자’ ‘부엉이처럼 밤새워 달님(문재인 대통령)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애초 20명으로 시작해 30명까지 늘었다. ‘계파 정치’라는 비판에 2018년 해산했다. 하지만 그 좌장이자 핵심인 전해철, 박범계 의원, 간사 역할을 한 황희, 권칠승 의원이 최근 잇따라 장관에 지명됐다. 문 대통령까지 합쳐 ‘부엉이 내각’이란 말이 생겼다. “‘친문(親文) 부엉이’ ‘친노(親盧) 부엉이’가 있는데 이번에 장관 된 사람들은 ‘진문(眞文) 부엉이’”라고 한다. 이 부엉이들을 국민은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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