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괴담 세력들, 권력 잡고 돈까지 벌고 있다
2016년 ‘나꼼수’ 출신 김어준씨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고의침몰설’을 주장했다. 김씨는 이 황당한 주장을 담은 영화를 직접 제작했는데 54만명 넘는 관객이 봤다. 해양수산부가 항적 조작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괴담은 계속 퍼져나갔다. 결국 이번에 검찰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 다시 규명해야 했다.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은 19일 “세월호 항적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항적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 상호 간 또는 기지국에 자동 송신된다. 다른 나라 배와 기지국도 동일한 데이터를 갖게 된다. 검찰 특수단 관계자는 “김어준씨 말이 맞으려면 당시 정부가 전 세계 기지국 데이터를 모두 조작했어야 한다”고 했다.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은 검찰 발표를 못 믿겠다며 오히려 고개를 더 쳐든다. 애초 이들에게 진실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 사이 김씨가 만든 영화는 4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세월호 사건은 학생들의 수학여행 배가 비극적 참사를 당한 사고다. 사고 원인은 검경 수사로 다 밝혀져 있다. 배 상부 불법 증축, 평형수 부족, 대형 화물 고박 부실에 운항 미숙이 겹쳐진 사고였다. 이렇게 되면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있지도 않은 ‘다른 진실’을 찾겠다며 지금까지 여덟 차례나 조사를 했다.
‘잠수함 충돌설’이란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한때 풍미했다. 명문대 교수까지 나와 이런 주장을 했다. 처음엔 미 핵잠수함 충돌설이 돌더니 나중에 우리 해군 잠수함 충돌설로 바뀌어 유포됐다. 잠수함 무사고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해군이 숨긴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한 TV 방송은 어느 네티즌의 잠수함 충돌 주장을 1시간 특집 보도까지 했다. 이 방송을 본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실이 밝혀졌다. 고맙다”고 했다. 세월호를 인양해 보니 어떤 충돌 흔적도 없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반대편에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를 바로 세웠지만 흔적이 없었다. 잠수함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배를 침몰시킬 정도로 충돌했으면 잠수함도 침몰했거나 승조원들이 대거 죽거나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것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
사고 현장엔 가짜 기자까지 나타나 ‘정부가 구조를 막고 있다'는 괴담까지 퍼뜨렸다. 다이빙벨이라는 장비가 마치 특효인듯 방송한 TV 앵커가 인기를 누렸다. 나중에 보니 쓰기도 힘든 장비였다. ‘정부가 일부러 인양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 ‘국가정보원 개입설’도 있었다. 제주 기지 건설용 철근 때문에 침몰했다는 ‘철근 괴담'도 있었다.
큰 사고가 나면 여러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사실이 드러나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를 인정한다. 그런데 괴담을 만들고 퍼트리는 세력은 ‘사실'엔 관심이 없다. 이들은 광우병, 천안함, 사드 등 건수만 생기면 괴담을 만들고 부풀린다. 처음부터 ‘정치'이고 ‘투쟁'이기 때문에 자기 주장이 허위로 판명나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은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돈까지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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