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학의 불법 출금 공익신고자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특검 도입을"
(시사저널=조해수 기자)
2019년 3월에 있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한 제보자는 누구일까. 익명의 공익신고자는 이번 사건의 지휘자가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며 김오수 당시 차관 등이 긴밀하게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3월18일 "검경이 명운을 걸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법무부 수뇌부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법무부 감찰관실이 직접 감찰을 진행하고 이와 병행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권익위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현재까지 수없는 고민과 숙고의 시간을 거쳐 다시는 본건과 같은 국가권력의 남용과 민간인 사찰,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익신고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익신고자는 "민간인 사찰과 불법 긴급출국금지 행위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서 정한 인권보호 정신과 영장에 의하지 않고서는 체포·구금되지 아니할 자유, 국외 출국의 자유 등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 및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침탈하고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공익신고자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차규근 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고위 공무원들이 2019년 3월경 김 전 차관에 대한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고, 같은 해 3월23일 불법 긴급출금을 지시하거나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신고 취하 압력 등 행사할까봐 권익위에 공익신고"
공익신고자는 법무부 장관이 개입된 만큼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을 통해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상급 관청인 법무부 고위 공무원들을 상대로 신고인이 직접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민간인 사찰 등 피의사실을 조사하여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면서 "검찰에 신고하는 경우, 신고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어…(중략)…신고 취하 압력을 받을 수 있고, 2021.1.1.부터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어 검찰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회피하고 경찰에 이송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는 또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에도 공익신고인의 신분 누출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방지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중략)…법무부에서 검찰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 통제를 빌미로 경찰 수사에 개입할 우려가 클 것으로 판단하였다"면서 "인권을 보호하는 책무를 부여받은 귀 기관(권익위)에서 본건 공익신고를 접수한 후 필요시 법무부 감찰관실, 특검 등 국가기관으로 이첩하여 피신고인들을 조사하고 추가 증거자료를 수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정하고, 공정한 사건처리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공익신고자보호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공익신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수원지검에서 맡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월13일 "충실한 수사"를 강조하며 이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본청으로 전격 재배당했다. 수사지휘도 이종근 부장의 대검 형사부가 아닌 신성식 부장의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맡겼다. 이종근 부장이 2019년 3월 당시 박상기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려는 것"이라면서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특임검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수사팀 재배당 및 지휘라인 조정 등을 통해 외압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위원장의 권익위도 공정성 의심받아
1월21일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이날 문 대통령으부터 임명장을 받고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공수처는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과 검사 등을 대상으로 한다. 박 전 장관, 김 전 차관, 이규원 검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수처 차장 등 검사 24명 등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사는 빨라도 두 달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시간상 이번 사건을 맡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4월 대선후보 때 발간한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은 정부·여당으로부터 "개울물을 온통 흐리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라는 공격을 받았다. 말뿐이 아니었다. 김 전 특감반원은 지난 1월8일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과 '기재부 4조원대 적자 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하기도 했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은 분당 서울대병원의 입원환자로 노출된 적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아무개 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도 정부·여당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로 지목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당직사병이)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익위는 당직사병에 대해 "공익신고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당직사병은 보호조치 신청 2개월여 만에 공익신고자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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