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통해 세상읽기] 不忍人之心

박현욱 기자 2021. 1. 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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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끊이지 않고 어린이 상대 범죄 반복
자신 돌아보지 않거나 제도 미비 탓
절대 약자가 편안하게 살수 있도록
'불인인지심의 법제' 정비에 나서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서울경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나고서 벌써 해를 넘겼다. 아직도 언론에서 그 사건과 관련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병원과 양부모의 지인이 모두 세 차례 경찰에 신고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안타까워한다. 정인이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을지 생각하면 사람이 도대체 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사건 사고는 이전부터도 끊이지 않았다. 부모가 가정에서 사랑과 훈육을 이유로 손찌검하고, 어린이집에서 통제와 본보기를 이유로 몇몇 원장과 교사의 체벌 및 폭행이 잊을 만하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범죄는 상응한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성인이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더더욱 관심을 갖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에 비해 약하므로 응당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자신을 둘러싼 일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나는지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부당한 일에 대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지킬 수 없고 사후에도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할 수 없는 어린이이기에 더더욱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

유학은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마음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마음, 즉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 있고 그 마음에 따라 할 것은 하고 하지 못할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 어린아이가 앞에 우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기어가는 상황을 보게 되면 깜짝 놀라며 모든 것을 제쳐놓고 아이를 구한다. 여기에 아이를 구하고 부모로부터 받을 보상이나 아이를 구하지 않을 때 친구와 지역사회로부터 받을 비방은 고려 요인이 될 수가 없다. 오늘날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이 공놀이하다 공이 차도로 굴러가니 앞에 차가 오는 줄 모르고 차도로 뛰어드는 상황에 해당한다. 그래서 유학에서는 사람이 불인인지심대로 살아간다면 사람다운 사람이지만 그와 반대로 살아간다면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정한다.

이러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어린이 상대의 범죄는 불인인지심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책감을 느끼고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대책이 부족한 건지 사회적 관심이 약한 건지 사람의 삐뚤어진 인성이 문제인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불인인지심을 느끼는 마음이 마비돼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거나 또 불인인지심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근에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시정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자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처벌의 강화가 범죄를 막는 완전하고 충분한 방법이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은 일어날 것이다. 그간 느슨한 감형 사유와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의 발생을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 사건과 음주 운전 사고처럼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법령이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시절, 자가운전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취학 이전에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내는 삶이 일상화되고 차량 보급이 보편화됐다. 부모가 어린이를 어딘가 맡기고서, 아이도 부모와 헤어진 뒤에 서로 만날 때까지 ‘혹시’ 하며 불안해한다. 또 음주 운전자는 부푼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의 생명을 불시에 앗아가고 있다. 이 경우 모두 어린이는 어른에 대해, 사람은 차량에 대해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절대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절대 약자가 편안하게 살고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법제 정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먼저 제도적으로 불인인지심을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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