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023년 7㎚ 프로세서 자체 제조..파운드리 확대 예상"

방성훈 입력 2021. 1. 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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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CEO "2023년 제품 대다수 내부 생산"
다만 "특정 제품은 외부 파운드리 이용 늘릴수 있어"
"파운드리 계획은 내달 정식 취임 후 발표"
대만 TSMC-삼성전자와 계약할 것으로 관측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오는 2023년엔 제품 대부분을 내부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칩 생산을 외부 업체에 위탁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핵심 제품은 자체 생산하되, 특정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선 외주를 늘리는 투트랙 생산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의 팻 겔싱어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2023년 출시할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프로세서 대부분을 인텔 내부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7월 2020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7나노미터 프로세서 출시 시기에 대해 “기존 전망(2021년 말)보다 6개월 늦어질 것”이라며 2022년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7나노 반도체 출시는 반도체 업계에서 위협받고 있는 인텔의 입지를 확고히 해줄 히든카드로 여겨졌던 만큼, 출시 지연 소식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인텔은 지난 2009년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칩 사업 부문에서 퀄컴에게 1위를 내줬고, PC·노트북, 서버,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 AMD 등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중 상당 부분을 빼앗겼다.

특히 인텔의 오랜 고객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인텔에 의존하는 대신에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우려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겔싱어 차기 CEO는 이날 “최근 7나노미터 공정의 진전 상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초기 검토에 기초할 때 7나노미터 프로그램에서 이뤄진 진전에 만족한다”며 “2023년엔 제품 대부분을 내부적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밥 스완 현 CEO도 “지난해 7월 (7nm 공정 도입 지연 관련) 밝혔던 문제는 해결됐다”며 “지난 6개월간 7nm 공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거들었다.

겔싱어 차기 CEO는 다만 ‘특정 기술과 제품’의 경우 위탁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자체 생산하는) 동시에 우리 포트폴리오(제품군)의 범위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선 외부 파운드리 이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외부 파운드리 활용은 CEO에 정식 취임한 후에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겔싱어 차기 CEO는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30여년간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인물이다. 최근까지 VM웨어의 CEO를 역임했으며 다음 달 15일 인텔 CEO로 공식 취임한다.

인텔이 그동안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생산까지 직접 해왔던 만큼, 겔싱어 차기 CEO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도 여전히 직접 생산이 주를 이루겠지만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한 생산도 확대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겔싱어 차기 CEO가 생산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해 말 인텔 주식 10억달러 어치를 사들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댄 러브 서드포인트 CEO는 반도체 제조사업을 아예 없애고 핵심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인텔 경영진을 압박했고, 인텔은 이같은 요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스완 CEO도 “2021년 1월 말까지는 자체적인 7나노 생산능력을 확대할지, 아니면 제3의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위탁생산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이달초 인텔이 오는 2023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는 자사 핵심 반도체칩 생산을 TSMC 또는 삼성전자로부터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날에는 미국 IT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가 인텔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한 달에 300㎜ 웨이퍼 1만 5000장 규모로 인텔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미어큐레이트는 인텔이 퍼스널컴퓨터(PC)용 중앙처리장치(CPU)보다는 그래픽처리장치(GPU)생산을 맡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인텔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는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이들 두 회사만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선 향후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와 ‘더블 벤더’ 형식으로 계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인텔은 이날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인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0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52달러로, 각각 시장 예상치 174억 달러, 1.10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PC 반도체 판매에 따른 것이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초 예정보다 일찍 실적을 발표하게 됐는데, 이는 주요 재무정보가 해킹당했기 때문에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에 실적발표 후 정규장에서 6.5% 급등했던 인텔 주가는 해킹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 거래에선 5% 넘게 하락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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