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야행성이냐' 비판 부른 9시 영업제한, 과학적 근거 없다?

조문희 기자 2021. 1. 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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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시작되는 '상징적' 시간..당분간 유지 될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가운데,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를 두고 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도 "코로나가 야행성이냐"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일각에선 '9시 제한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해당 조치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방역당국은 9시 제한 조치는 개인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개인 간 접촉에 의한 감염 비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고민하다 시간적 운영 제한이라는 부분을 조치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는 1월31일까지는 9시 운영 제한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9시 영업제한 철폐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9일 오후 서울 이태원 거리에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 등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 연합뉴스

"2차 술자리 시작되는 시간…9시 제한 불가피"

그렇다면 영업제한의 기준을 왜 저녁 8시도, 10시도 아닌 9시로 정한 걸까. 윤 반장은 "9시 운영 제한의 가장 큰 이유는 특정 시간의 측면보다 가급적 개인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9시까지는 저녁식사 등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시간이며 그 이후로는 2차, 3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영업 제한의 기준이 9시인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답은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손 반장은 지난 1월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저녁 9시는 통상 술자리 등의 사적 모임이 활성화되는 시간대"라며 "술을 마시는 경우 마스크 착용률이 95%에서 45%로 떨어진다. 9시 영업 제한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꺾는 데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9시 이후는 식사 후 2차 활동이 급증하는 시간대로 만남과 접촉의 기회가 늘고 이동량도 동시에 증가하는 시간대"라며 "심야로 갈수록 현장의 방역관리가 어려워지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거들었다. 정 총리는 "방역을 정치에 끌어들여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허비할 만큼 현장의 코로나19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언행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별한 이유 없다'는 방역당국…자영업자 분노 고조

그러나 이 같은 방역당국의 설명에도 자영업자의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 9시는 2차 술자리가 시작되는 시간대'라는 방역당국의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성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9시 기준을 국민에 납득시키려면 대중교통 이동량이 그 시간대 이후에 늘어났다거나 카드결제액이 증가했다거나 하는 등의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해야하지 않느냐"면서 "9시 제한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단순히 '상징적 시간대'라는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시 영업제한 조치는 지난해 11월1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당시 방역당국은 "3단계 체계에서는 획일적으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중단시켰다"면서 "개선된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단계적으로 운영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정밀한 체계를 설계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을 중점관리시설과 일반관리시설로 분류하고, 각 시설에 따라 1.5단계나 2단계에서부터 9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당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왜 9시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3개월 간 중수본 정례브리핑 자료를 찾아봤으나, 이후에도 관련 해명은 없었다. 지난 12월에는 한 언론이 9시 영업제한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서울시에 문의하자 "특별한 기준은 없다"고 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체계의 불공정 문제가 대두된 최근에서야 9시 기준에 대한 설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9시 영업제한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영업제한 조치를 공개적으로 어긴다거나 잇따라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도 동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코로나19가 저녁 9시까지는 괜찮고 그 이후는 더 위험한 것이냐"며 "비상식적 일률적 영업 규제를 당장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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